사각사각 무를 저며 채를 썰다가
텅 빈 고춧가루 통을 본다
냉동실 깊이 뒀던 비닐보퉁이 꺼내
한줌 남은 고춧가루를 빈 통에 털어 넣는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의 행위 속에
문득 내 옆에 살아나시는 어머니
벌써 언제던가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
고향집 대문간에서 나를 배웅하며 싸주시던
커다란 고춧가루 봉지
멀리도 가져와 아껴, 아껴 먹어온 게
어느새 몇 년인가
어머니의 사랑을 야금야금 챙겨먹듯
콩나물을 무치고 육개장을 끓이고…
이제 다 털어낸 고춧가루 속에 어머니는
영 가신 걸까
지천명 이날까지 어머니의 고춧가루로
이어져 온 나의 삶
당신 없이 사는 법은 아직도 서투르기만 하다
아아 또 5월인데 당신께 드릴 게 없다
받기만, 받기만 하다가 보내버린 어머니
한평생 붉은 고추 말리고 빻아
여섯 자식 사랑을 대시던 어머니
이제껏 붉은 고추 한 번 말린 적도
빻아본 적도 없는 나는
어머니의 유품으로 무생채를 버무린다
곱게 버무려진 생채나물 태연히 식탁에 오르고
창밖엔 고추처럼 붉은 꽃이 피었다
시큰한 코끝으로 대롱대롱 맺히는 눈물
꽃이 너무 맵다
5월이 너무 곱다
텅 빈 고춧가루 통을 본다
냉동실 깊이 뒀던 비닐보퉁이 꺼내
한줌 남은 고춧가루를 빈 통에 털어 넣는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의 행위 속에
문득 내 옆에 살아나시는 어머니
벌써 언제던가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
고향집 대문간에서 나를 배웅하며 싸주시던
커다란 고춧가루 봉지
멀리도 가져와 아껴, 아껴 먹어온 게
어느새 몇 년인가
어머니의 사랑을 야금야금 챙겨먹듯
콩나물을 무치고 육개장을 끓이고…
이제 다 털어낸 고춧가루 속에 어머니는
영 가신 걸까
지천명 이날까지 어머니의 고춧가루로
이어져 온 나의 삶
당신 없이 사는 법은 아직도 서투르기만 하다
아아 또 5월인데 당신께 드릴 게 없다
받기만, 받기만 하다가 보내버린 어머니
한평생 붉은 고추 말리고 빻아
여섯 자식 사랑을 대시던 어머니
이제껏 붉은 고추 한 번 말린 적도
빻아본 적도 없는 나는
어머니의 유품으로 무생채를 버무린다
곱게 버무려진 생채나물 태연히 식탁에 오르고
창밖엔 고추처럼 붉은 꽃이 피었다
시큰한 코끝으로 대롱대롱 맺히는 눈물
꽃이 너무 맵다
5월이 너무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