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01 09:16

흔들리던 가을 뒤에*

조회 수 389 추천 수 34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고백성사- 2004겨울-  
  

사용기간이 만료된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려
줄을 섰다가
이국땅 관공소 앞 가난한 나무 한 그루를 본다.
잔가지 끝에 단지 몇 잎 남아 흔들리는 단풍.....
아 가을은 그렇게도 서럽게 흔들리더니
그새 가버렸구나.

오래전 꼭 이만한 계절에
무심코 현관을 나오다가
아파트 난간 아래로 나른히 펼쳐지던 겨울을 보았다.
이 세상 모든 행복에 다 자신이 있을 것 같던
내 젊음과 오만,
그러나 나 죽은 후
어쩐지 당신을 만날 자신은 없었다.

오늘 뼈만 남은 나뭇가지에 눈을 맞추다가
나는 문득 깨닫는다.
이 세상 무엇에도 행복할 자신이 없지만
나 죽은 후엔 꼭 당신을 만날 것 같은 예감

당신의 이름만으로도
남은 날을 잘 살아낼 것 같은 설레임이다.

이국의 운전면허증 보다는 훨씬 어려운
인생의 갱신,
그렇게도 흔들려온 세월 속에
당신은 그것을 이루셨다.



?
  • ?
    이정아 2004.12.02 19:28
    "친구 맞어?" 이 말에 자극 받아 신작 올린 것과 사진 보고 감.
    흔적을 남겨 증명을 해야겠기에...^^

  • ?
    백야/최광호 2004.12.04 13:58
    이 시를 읽으니깐 미국영화 <사랑과 영혼>이 떠오르네요. 참으로 감동적인 영화인데 어쩐지 시를 읽어가면서 선생님의 모습과 영화주인공이 썪갈리면서 떠오르네요 잘 읽고 갑니다
  • ?
    박경숙 2004.12.04 15:10
    [사랑과 영혼] 사실 가톨릭사상을 많이 가진 영화에요. 그래서 그렇게 느끼셨나요?
    저는 오래전에 신앙에 귀의했지만 요즘들어 부쩍 하느님께 기대게 됩니다. 삶이 허무한 까닭이지요.
  • ?
    강릉댁 2004.12.07 00:41
    돌아왔군요.
    대림 초를 두개 켯습니다.
    겨울 속에서 판공성사를 준비합니다.
    아직도 버리지 못한 오만 속에 서슬이 퍼런 자신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랍니다.
    얼마나 더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하는 것인지요.
    또 들리겠습니다. 안녕. 강릉댁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 이제야 사랑을 박경숙 2005.06.20 430
29 그 거리의 '6월' 1 박경숙 2005.06.19 447
28 시냇가의 세 아이들 박경숙 2005.06.15 375
27 당신의 첫사랑 박경숙 2005.06.08 550
26 이사를 하면서 박경숙 2005.06.06 305
25 인생의 4계절 박경숙 2005.06.04 552
24 오해를 받을 때 말없이 사랑하여라. 2 박경숙 2005.05.31 702
23 봄날의 고백 2 박경숙 2005.03.20 375
22 5월의 노래 1 박경숙 2005.05.02 325
21 꽃을 보며 2 박경숙 2005.01.22 336
» 흔들리던 가을 뒤에* 4 박경숙 2004.12.01 389
19 역삼동 성당* 1 박경숙 2004.11.28 624
18 11월의 우요일 1 박경숙 2004.11.11 456
17 추석날 아침 박경숙 2004.09.27 273
16 고향집 폐허 3 박경숙 2004.08.04 615
15 가을 줄타기 박경숙 2004.10.12 392
14 10월엔 푸른곰팡이로 핀다. 박경숙 2004.09.30 312
13 지금은 등불을 밝힐 때 박경숙 2004.09.11 262
12 The Caveman Who Left His Cave 박경숙 2004.05.23 11706
11 그들도 한 세월 전에는 박경숙 2004.03.21 2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5
전체:
104,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