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1 20:09

황혼 결혼식 / 성백군

조회 수 36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황혼 결혼식 / 성백군

 

 

해 종일

마주 보며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합일된 황혼의 수평선은

하늘과 바다의 결혼식입니다

 

다 살고서

무슨 결혼이냐고 하겠지만

드디어, 이생에서의 끝을 하나로 이루었으니

저승에서는 한 몸으로 태어나지 않겠느냐며

신랑 신부 입장합니다

 

황홀한

석양의 주례로

예식장 앞마당에는 붉은 융단이 깔리고

구름은 몸을 헐어

숲을 가꾸고 강을 만들며 살 성()을 짖느라 바쁘고

파도는 물을 열어 이생과 저승을 잇는 황금길을 닦네요

 

마땅히 받을 축합니다

하늘과 바다와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들이

은혜를 갚는다고

모여 온 힘을 다해 일으키는 화광반조

뚜우~뚜우~ 연락선 뱃고동 반주에

어스름 속 괭이갈매기 일제히 날아오르며

박수를 치고

 

찰칵찰칵

우리 집 거실 벽엔 누가, 언제 찍었는지 모르지만

아주 오래된, 지금도 생생한

하늘과 바다의

황혼 결혼식 기념사진 한 장 걸려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 나를 찾는 작업은 확고한 시정신에서 비롯한다 - 장태숙 시집 '그곳에 내가 걸려있다' 문인귀 2004.10.08 745
28 과거와 현재를 잇는 메타포의 세월, 그 정체 -최석봉 시집 <하얀 강> 문인귀 2004.10.08 864
27 그대의 사랑으로 나는 지금까지 행복하였소 이승하 2004.09.23 1030
26 30여년 세월의 스승 권태을 선생님께 이승하 2004.09.20 766
25 영혼을 담은 글 이승하 2004.08.31 577
24 '여성'에 대한 명상 이승하 2004.08.30 711
23 세계의 명 연설을 찾아서 이승하 2004.08.30 636
22 당신을 사랑합니다. 장광옥 2004.08.29 377
21 백제의 미소 임성규 2004.08.02 676
20 고래 풀꽃 2004.07.25 540
19 동화 당선작/ 착한 갱 아가씨....신정순 관리자 2004.07.24 968
18 희곡 다윗왕가의 비극 -나은혜 관리자 2004.07.24 1427
17 희곡 다윗왕과 사울왕 -나은혜 관리자 2004.07.24 1425
16 돼지와팥쥐 -- 김길수- 관리자 2004.07.24 493
15 이승하 어머니께 올리는 편지 관리자 2004.07.24 547
14 김신웅 시인의 시세계(문예운동) / 박영호 관리자 2004.07.24 859
13 내가 사랑하는 소리들 관리자 2004.07.24 546
12 아버님께 올리는 편지 -이승하 관리자 2004.07.24 1281
11 연꽃과 연등 - 나마스테 관리자 2004.07.24 833
10 묻지도 말고 쭉- - 나마스테 관리자 2004.07.24 548
Board Pagination Prev 1 ...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