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결혼식 / 성백군
해 종일
마주 보며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합일된 황혼의 수평선은
하늘과 바다의 결혼식입니다
다 살고서
무슨 결혼이냐고 하겠지만
드디어, 이생에서의 끝을 하나로 이루었으니
저승에서는 한 몸으로 태어나지 않겠느냐며
신랑 신부 입장합니다
황홀한
석양의 주례로
예식장 앞마당에는 붉은 융단이 깔리고
구름은 몸을 헐어
숲을 가꾸고 강을 만들며 살 성(城)을 짖느라 바쁘고
파도는 물을 열어 이생과 저승을 잇는 황금길을 닦네요
마땅히 받을 축합니다
하늘과 바다와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들이
은혜를 갚는다고
모여 온 힘을 다해 일으키는 화광반조
뚜우~뚜우~ 연락선 뱃고동 반주에
어스름 속 괭이갈매기 일제히 날아오르며
박수를 치고
찰칵찰칵
우리 집 거실 벽엔 누가, 언제 찍었는지 모르지만
아주 오래된, 지금도 생생한
하늘과 바다의
황혼 결혼식 기념사진 한 장 걸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