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새/강민경
점심을 먹는데
한동안 조용했던 베란다에서
재 재 재 재, 노래하는 새 소리 들린다
오랫동안 뜸해서
반가움에 살금살금 다가가 슬며시
얼굴 내미는데 무서웠을까?
어떻게 알았는지 꽁지 빠지게 달아난다
저런, 저 반기는 내 맘을 모르다니
벌써 가니? 섭섭해 하는데
째 째 째 짹짹, 힘찬 노래로
다시 돌아온 새
둥그런 눈 이쪽저쪽으로 떼 그를
굴리는가 싶더니
강아지 꼬리 흔들 듯
꽁지깃 흔들어 세운 재롱 한참이다
사람이면서
저와 친해지고 싶어하는 내 맘이 읽혀
길 독촉하는 동무들 눈치 살피다
늦었다는 새의 변명을 듣는 것 같다
새의 작은 머리통에도
사랑해 주는 사람과 통하는
텔레파시가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