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강민경
가지 말라 한다고
아니 갈 리 없고
오지 말라 한다고 오지 않을
네가 아니기에
나는 나대로 내 자리에서
내 할 일을 하며 기다렸지
8월은 제 할 일을 마치고
9월은 해야 할 일을 찾아오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할 일을 맞았지
땡볕으로 온, 볕을 받들어 열매를 익히려는
땀 흘리게 한, 땀을 닦아주러 온
8월에, 9월에, 할 일을 찾아 꽉 채운
나도
세상 한 귀퉁이를 차지한 공동체
고개 한번 넘으면 하루가 가고
마음 한 번 접으면 한 해가 가고
세월 한해 한해 보내다
저물고 말 듯
8월 땀내로 큰
9월 선들바람에 익은
열매와 내 이력은 서로의
안팎을 감싸며 전력을 쏟아 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