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9 16:09

가을비 소리

조회 수 23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비 소리/강민경

 

 

          산책길 비 피하려고

 뉘 집 처마 밑에 들어

 발밑을 살피는데

 열매 몇 알 떨어져 있다

 

 단내를 따라 줄을 잇는 개미떼

 민감한 후각 앞세운 주인 행세라니

 먹음직스런 열매를 열어

 달콤한 맛에 푹 빠진 잔치

 지척에 있는 나에겐 관심도 없다

 

 열매에 살 올려놓고 떠나는

 가을비의 배려였을까

 저 때문에 굶주릴지도 모를

 새와 개미를 걱정한 걸까

 하나같이 빨갛고 노랗게 잘 익은 것들이다

 꽃술을 털어내며 커지는 오진 열매를 보면서

 오지고 기뻤던 기억의 한편은

 실패한 인생 같아 스산하다

 

 자연의 섭리라지만

 내 가슴 속에 이는 생성(生成)의 외침

 결실을 보고 떠나보내는

 시간의 질곡(桎梏)을 벗아 나지 못한

 가을비 소리

 듣는 이의 가슴에 젖어든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7 벼랑 끝 은혜 성백군 2013.05.14 193
1046 스페이스 펜 (Space Pen) 이월란 2008.04.13 193
1045 절규 성백군 2012.05.16 193
1044 설중매(雪中梅) 성백군 2014.03.15 193
1043 회귀(回歸) 성백군 2014.03.25 193
1042 뭘 모르는 대나무 강민경 2015.04.30 193
1041 그만 하세요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4.30 193
1040 바람구멍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7.28 193
1039 그래야, 허깨비가 아니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9.21 193
1038 자화상(自畵像) 유성룡 2005.11.24 194
1037 약동(躍動) 유성룡 2006.03.08 194
1036 낙엽 이야기 성백군 2007.03.15 194
1035 팥죽 이월란 2008.02.28 194
1034 길동무 성백군 2014.03.15 194
1033 맛 없는 말 강민경 2014.06.26 194
1032 시조 풀잎이 되어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06 194
1031 밑줄 짝 긋고 강민경 2019.08.17 194
1030 송년사 성백군 2005.12.31 195
1029 에밀레종 손홍집 2006.04.09 195
1028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월란 2008.03.22 195
Board Pagination Prev 1 ...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