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2009.12.03 23:30
부정(父情)
박정순
너무 늦게 둔 막내 딸이 안스러워
"저것 시집갈 때까지 내가 살까?"
하시며 좋은곳에는, 맛있는 음식은
작은 내손을 잡고 다니셨던
아버지께서는
어느곳이든 이사를 하고 나면 꼭 찾아오신다.
막내딸 사는 곳이 너무 높아서
계단을 올라오기 힘드셨다는 아버지
여느 때처럼 손에든 담배
"이거 마저 피고 내 들어가마"
하시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까지 닦으셨다
오늘밤도 아버지는 꿈에 오셨다
남들이다가는 천당도 못 가셨는지
"니 엄마랑 같이 갈려고... ,"
아버님 기제에도 가지 못하는 막내딸
원망도 않으시고
먼 곳이라도 찾아오시는
꿈속의 부정 앞에 목에 잠긴다.
어둠이 빼옥한 창 밖
까칠한 수염으로 나를 깨우셨던
따가운 촉각이
깃발처럼 바람에 펄럭이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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