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7 15:20

3월은, 3월에는

조회 수 13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3월은, 3월에는 / 성백군

 

 

땅이

악을 쓰는 소리

어미가 새끼를 낳나 봐요

 

안 들린다고 해서

흙이 갈라지고 벌거벗은 나뭇가지가 찢어지고 하면서

싹이 돋을 때 나는 소리가 없겠어요

안 보인다고 해서

산혈(産血) 터지고 눈물이 방울방울 맺힘이 없겠어요

아픔이 너무 크면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데요

 

당신이 남편이면

조심하세요

아내의 산실에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맞고 할퀴고 물리고 꼬집히고……

그동안 아내에게 못 한 것, 잘한 것, 사랑한 것까지

다 합쳐서 곤욕을 치를 겁니다

미워서도 아니에요. 사랑해서도 아니에요

생명이 태어날 때는

그저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안 되기 때문에

땅이 그러는 그래요

 

그늘 밑 눈[] 달래 보내고

꽃샘추위 눈치 보며 살금살금 기어 나오고……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나면

아빠처럼 훈풍이 어루만지고

엄마처럼 해가 볕을 모아 호호 불며 입김으로 품어주지요

싹이 사람이 아니라고 그저 흘려보내지 말아요

3월은 자연의 산실이에요

산실 속에 들어와 고생도 하고 훈훈한 정도 느껴봐요

 

당신이 남자라면

3월에는 여자가 되어보는 건 어때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06 2021년 12월의 문턱에서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12.21 183
1105 시조 봄볕/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19 183
1104 약속 유성룡 2006.05.26 184
1103 나쁜엄마-고현혜 오연희 2017.05.08 184
1102 새분(糞) 작은나무 2019.03.12 184
1101 C. S. ㄱ. ㄹ. 의 조화(調和)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8.19 184
1100 시조 동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23 184
1099 내 사월은 김사빈 2006.04.04 185
1098 원죄 이월란 2008.03.21 185
1097 안부 김사빈 2011.12.31 185
1096 (단편) 나비가 되어 (2) 윤혜석 2013.06.23 185
1095 눈높이대로 강민경 2016.02.16 185
1094 용서를 구해보세요 김원각 2 泌縡 2021.02.28 185
1093 촛불 강민경 2014.12.01 186
1092 그의 다리는 박성춘 2015.06.15 186
1091 뭘 모르는 대나무 강민경 2015.04.30 186
1090 아름다운 잎사귀로 남고 싶습니다 / 김원각 泌縡 2020.07.06 186
1089 신선이 따로 있나 1 유진왕 2021.07.21 186
1088 지상에 내려온 별 강민경 2014.04.03 187
1087 슬픈 인심 성백군 2015.01.22 187
Board Pagination Prev 1 ...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