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9 05:43

사인(死因)

조회 수 25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인(死因) / 성백군

 

 

화창한 봄날

오리가족이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어미 오리가 병아리 넷을 데리고

도로를 건너갑니다

 

제가 무슨, 아무

배경도 없고 힘도 없는 날 짐승인 주제에

건널목도 신호등도 없는 4차선 도로를

보무도 당당하게 건너갑니다

 

재발하고 소리쳐 보지만

못 알아들었는지

듣고도 날지 못하는 새끼들 때문인지

어미는 달리는 차 바퀴 밑에서 말 한마디 없이

파닥거리며 생을 마감합니다

 

허겁지겁 가던 길 되돌아

인도로 나온 병아리들

오리걸음으로 돌아보며 힐끔거리며

눈도장을 찍습니다

저건 사람도 아니야!’

요즘 사람들은 로봇보다 못한

감정도 느낌도 없는 쇠붙이일 뿐이야.’

 

도로 위에

제 어미의 주검으로 사인(sign) 해 놓았습니다만

잠시 후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인(死因)은 흔적도 없이 지워질 것이고

세상은 여전히 질주할 것입니다.

 

 

 


  1. 5월의 기운

    Date2016.05.28 Category By하늘호수 Views150
    Read More
  2. 걱정도 팔자

    Date2016.05.22 Category By강민경 Views172
    Read More
  3. 분노조절장애와 사이코패스 사이에서

    Date2016.05.22 Category By하늘호수 Views301
    Read More
  4. 런던시장 (mayor) 선거와 민주주의의 아이로니

    Date2016.05.17 Category평론 By강창오 Views336
    Read More
  5. 산동네 불빛들이

    Date2016.05.17 Category By강민경 Views131
    Read More
  6. 주차장에서

    Date2016.05.17 Category By강민경 Views226
    Read More
  7. 등대의 사랑

    Date2016.05.14 Category By하늘호수 Views191
    Read More
  8. 당뇨병

    Date2016.05.12 Category By강민경 Views113
    Read More
  9. 5월을 맞으며

    Date2016.05.05 Category수필 Byson,yongsang Views205
    Read More
  10. 야자나무 쓸리는 잎에 흔들리는 머리카락

    Date2016.05.02 Category By하늘호수 Views514
    Read More
  11. 오월-임보

    Date2016.05.01 Category By오연희 Views296
    Read More
  12. 안부를 묻다-성영라

    Date2016.05.01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410
    Read More
  13. 사월 향기에 대한 기억

    Date2016.04.30 Category By강민경 Views247
    Read More
  14. 4월에 지는 꽃

    Date2016.04.29 Category By하늘호수 Views309
    Read More
  15. (동영상 시) 선창에서 At Fishing Dock

    Date2016.04.29 Category By차신재 Views313
    Read More
  16. Here Comes South Korea / 달리기 수필

    Date2016.04.29 Category수필 By박영숙영 Views297
    Read More
  17. 파도

    Date2016.04.22 Category By하늘호수 Views155
    Read More
  18. 풀루메리아 꽃과 나

    Date2016.04.10 Category By강민경 Views193
    Read More
  19. 감기 임

    Date2016.04.10 Category By강민경 Views187
    Read More
  20. 미한문협의 집

    Date2016.04.09 Category기타 By강창오 Views41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