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9 05:43

사인(死因)

조회 수 2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인(死因) / 성백군

 

 

화창한 봄날

오리가족이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어미 오리가 병아리 넷을 데리고

도로를 건너갑니다

 

제가 무슨, 아무

배경도 없고 힘도 없는 날 짐승인 주제에

건널목도 신호등도 없는 4차선 도로를

보무도 당당하게 건너갑니다

 

재발하고 소리쳐 보지만

못 알아들었는지

듣고도 날지 못하는 새끼들 때문인지

어미는 달리는 차 바퀴 밑에서 말 한마디 없이

파닥거리며 생을 마감합니다

 

허겁지겁 가던 길 되돌아

인도로 나온 병아리들

오리걸음으로 돌아보며 힐끔거리며

눈도장을 찍습니다

저건 사람도 아니야!’

요즘 사람들은 로봇보다 못한

감정도 느낌도 없는 쇠붙이일 뿐이야.’

 

도로 위에

제 어미의 주검으로 사인(sign) 해 놓았습니다만

잠시 후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인(死因)은 흔적도 없이 지워질 것이고

세상은 여전히 질주할 것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06 봄 날 이일영 2014.03.21 178
1105 봄 배웅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20 211
1104 봄 볕 천일칠 2005.01.31 277
1103 봄 편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4.17 156
1102 봄, 까꿍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2.14 113
1101 봄, 낙엽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3.28 119
1100 봄, 낙화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18 148
1099 봄/정용진 시인 정용진 2019.04.04 127
1098 봄과 두드러기 성백군 2006.04.19 363
1097 봄기운 : (Fremont, 2월 26일)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3.01 175
1096 봄꽃, 바람났네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11 153
1095 봄날 임성규 2009.05.07 584
1094 봄날의 고향 생각 강민경 2019.03.10 256
1093 수필 봄날의 기억-성민희 오연희 2016.02.01 162
1092 봄날의 충격 강민경 2016.03.04 189
1091 봄바람이 찾아온 하와이 / 泌縡 김원각 泌縡 2019.06.15 116
1090 봄밤 이월란 2008.03.08 132
1089 봄볕 성백군 2006.07.19 143
1088 시조 봄볕 -하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7.07 100
1087 시조 봄볕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3.10 138
Board Pagination Prev 1 ...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