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9 05:43

사인(死因)

조회 수 2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인(死因) / 성백군

 

 

화창한 봄날

오리가족이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어미 오리가 병아리 넷을 데리고

도로를 건너갑니다

 

제가 무슨, 아무

배경도 없고 힘도 없는 날 짐승인 주제에

건널목도 신호등도 없는 4차선 도로를

보무도 당당하게 건너갑니다

 

재발하고 소리쳐 보지만

못 알아들었는지

듣고도 날지 못하는 새끼들 때문인지

어미는 달리는 차 바퀴 밑에서 말 한마디 없이

파닥거리며 생을 마감합니다

 

허겁지겁 가던 길 되돌아

인도로 나온 병아리들

오리걸음으로 돌아보며 힐끔거리며

눈도장을 찍습니다

저건 사람도 아니야!’

요즘 사람들은 로봇보다 못한

감정도 느낌도 없는 쇠붙이일 뿐이야.’

 

도로 위에

제 어미의 주검으로 사인(sign) 해 놓았습니다만

잠시 후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인(死因)은 흔적도 없이 지워질 것이고

세상은 여전히 질주할 것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65 (동영상시) 어느 따뜻한 날 One Warm Day 차신재 2016.12.01 74545
2264 화가 뭉크와 함께 이승하 2006.02.18 2305
2263 (낭송시) 사막에서 사는 길 A Way To Survive In The Desert 차신재 2016.02.25 1925
2262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니 이승하 2010.08.26 1550
2261 봄의 왈츠 김우영 2010.03.03 1418
2260 희곡 다윗왕가의 비극 -나은혜 관리자 2004.07.24 1404
2259 희곡 다윗왕과 사울왕 -나은혜 관리자 2004.07.24 1401
2258 가시버시 사랑 김우영 2010.05.18 1391
2257 리태근 수필집 작품해설 김우영 2010.07.11 1338
2256 김천화장장 화부 아저씨 이승하 2009.09.17 1308
2255 아버님께 올리는 편지 -이승하 관리자 2004.07.24 1244
2254 김우영 작가의 산림교육원 연수기 김우영 2012.06.25 1208
2253 플라톤 향연 김우영 2010.02.24 1208
2252 중국 김영희 수필 작품해설 김우영 2011.06.18 1180
2251 우리 시대의 시적 현황과 지향성 이승하 2005.02.07 1144
2250 코메리칸의 뒤안길 / 꽁트 3제 son,yongsang 2010.08.29 1138
2249 미당 문학관을 다녀 오면서 file 김사빈 2010.06.23 1076
2248 노벨문학상 유감 황숙진 2009.10.11 1073
2247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가 남긴 편지 이승하 2011.04.30 1066
2246 체험적 시론ㅡ공포와 전율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이승하 2009.10.14 104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