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22 18:48

걱정도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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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도 팔자/강민경

 

 

산행길 저 나무 우듬지

새색시 입술 같은 붉은 산 사과에

키스를 퍼붓는 파랑새

인기척에 놀란 듯 포르르 폴짝폴짝

서너 걸음 물러나 내 눈치를 살핀다

 

무심결에

삶의 버릇처럼  

저 새들은 겨울엔 무얼 먹고 살지

골똘한데

내 어깨를 툭 치며 떨어지는 라이치*

잘 익은 껍질과 하얀 속살이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날 유혹한다

  

계절 없는 여름뿐인 자연

밤 낮 없이 예비한 열매들 지천인 하와이에서

근 40 년을 살았으면서도

아직 여기가 사계절 뚜렷한 고국으로 아느냐고

또 다른 라이치 툭 떨어지며 이번엔 머리를 친다

걱정도 팔자라고 *미망(迷妄)에서 깨어 나란다

 

*라이치 : 과일 명

         *미망: (사리에 어두워) 실제로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일. 또는 그런 잘못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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