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도 팔자/강민경
산행길 저 나무 우듬지
새색시 입술 같은 붉은 산 사과에
키스를 퍼붓는 파랑새
인기척에 놀란 듯 포르르 폴짝폴짝
서너 걸음 물러나 내 눈치를 살핀다
무심결에
삶의 버릇처럼
저 새들은 겨울엔 무얼 먹고 살지
골똘한데
내 어깨를 툭 치며 떨어지는 라이치*
잘 익은 껍질과 하얀 속살이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날 유혹한다
계절 없는 여름뿐인 자연
밤 낮 없이 예비한 열매들 지천인 하와이에서
근 40 년을 살았으면서도
아직 여기가 사계절 뚜렷한 고국으로 아느냐고
또 다른 라이치 툭 떨어지며 이번엔 머리를 친다
걱정도 팔자라고 *미망(迷妄)에서 깨어 나란다
*라이치 : 과일 명
*미망: (사리에 어두워) 실제로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일. 또는 그런 잘못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