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장애와 사이코패스 사이에서 / 성백군
큰 파도가 온다기에
구경하러 나갔다.
저건
큰 게 아니라 미친 게다
내 옷만 적셔 놓고
쓸데없이 바다 한 자락을 길 위에 패대기치는
보고 또 봐도
물거품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산(山) 만하면 무얼 하나
제 안에 있는 손바닥만 한 물고기 한 마리 잡아
뭍으로 올리지 못하는 분노조절장애인 것을
차라리, 나는
물고기처럼 착한 사이코패스가 되어서
저보다 수천 배나 무거운 나에게 밟히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키 작은 들풀처럼
미친 파도에 동요하지 않고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이 주신 삶을 살면
주님 좋아하실까
파도가 온다기에
구경하러 나갔다가
미치고,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해 펄쩍 뛰고,
그러다가 주저 앉는 바다를 봤다
곧 망할 것만 같은 세상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