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서/강민경
언제 어디를 가도
주차장 걱정은 없을 것이라는 내 안일한 생각이
완전히 뒤집힌 날이다
공장지대의 좁고 긴 외길 주차장에
넷 다섯 대를 일렬로 세웠다가
들고 날 때마다 움직여야 하는 불편함
안 가자니 일자리가 아쉽고
버스를 타려니 낮 설고,
들고 갈 작업 도구도 신경이 쓰여
주차장 입구에서 기다리기로 작정한
3시간이 내 인내심을 자극한다
길 양면을 꽉 메운 차
경쟁하듯 달리는 크고 작은 소음에 귀가 따가워
타는 햇볕에 숨이 덜커덕거리는 차 안에서
시간을 기다리는데
온몸을 흘러내리는 땀방울의 저릿저릿 휘감는 불안에
오금이 저려 밖으로 밀려 나오며
허겁지겁 숨을 고르는데
평소에 무심했던 우리 집 넓은 주차장이
없는 듯 있는 듯 그래도 항상 좋은
남편처럼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