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가

2010.01.07 17:30

구자애 조회 수:47

그날도 이렇게 흐렸거든요
그도 나를 알고
나도 그를 아는 것처럼
혹은 내가 그를 모르고
그가 나를 모르는 것처럼
구름 속에 못다한 사연 잔뜩 움켜쥐고
여차하면 흩뿌릴 것 같은
운명인가 봐요, 하기엔 너무도 슬픈.

저절로 된 게 어딨냐고요
단순히 저압골의 영향이었다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젖어 있었거든요
감정이 흔들릴수록
빗방울은 굵어지고
밤새 끝내지 못한 이야기,
웅크리고 있는 저 구름사이로
쏟아지고 있는
너무도 익숙해져 낡아버린 말, 말들.

그 때 축축해진 그 말들이 지어준
우비를 추억처럼 끼워입은 난
한방울의 비도 허용할 수 없는데
튀어오른 그가
막무가내로 스며들고
무거워진 우비,
자꾸만 바닥으로 흘러내려요
젖을 것도 없는 내가 흘러내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