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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낭송:단이)
2007.06.26 18:49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낭송:단이)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고독)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낮잠)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무명도)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바다를 담을 그릇)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있는 고립(누가 주인인가)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에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나타난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주었다.(섬묘지)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삼백육십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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