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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낭송:단이)

2007.06.26 18:49

단이 조회 수:379 추천:15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낭송:단이)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고독)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낮잠)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무명도)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바다를 담을 그릇)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있는 고립(누가 주인인가)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에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나타난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주었다.(섬묘지)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삼백육십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