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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그리운 내 바다

2007.07.06 20:59

박영호 조회 수:314 추천:9



    그리운 내 바다 임시인님, 저는 요사이 바다를 보면 마치 제 젊은 날의 제 슬픈 자화상을 보는 것도 같아 서 저는 그냥 할 말을 잃곤 합니다. 그래서 임시인님이 실어 놓으신 앞 페이지 바다 영상을 꽤 여러번 들어와 보고 임시인님의 낭송을 들었지만, 왠지 단 한 두줄로는 답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쓰지 못했습니다. 실은 그 동안 서울에서 온 친구가 삼 주 가까이 저와 함께 지내고 있어서 통 정신이 없었고, 친구가 잠자리에 들어간 다음에야 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웹을 잠시 열어보곤 했지만, 답글은 쓰질 못했고, 며칠 전 친구가 귀국을 해서 오늘은 작정을 하고 이 글을 씁니다. 사실 저만큼 바다에게 신세를 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바다는 제 젊은 날의 고통과 절망과 외로움과 그리고 죄인과도 같은 제 모습 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바다는 마치 제가 잘못 살아온 제 삶과도 같고,그래서 바다를 보면 저는 남달리 숙연해지곤 합니다. 사실 바다는 젊은날 제게 늘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 주었던 제게는 하나의 은인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바다에 아무런 보답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나이만 먹어 버려 서 이제 바다를 보면 저는 면목이 없고 그저 부끄럽기만 하고, 마치 외지에 서 떠돌다 돌아온 탕아처럼 할 말이 없고, 그저 허전할 뿐입니다. 철이 들면서부터 저는 제가 외톨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래서 외로움 같은 것 은 차라리 저에겐 하나의 필수 의상과 같은 것이어서 그냥 끼리고 살 수 있 었지만, 제가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나서 바로 닥친 그 형옥과도 같은 슬픔 과 고통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우선 이를 감당하기엔 제 나이가 너무 어 렸고, 그래서 저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절망의 늪에서 홀로 외롭게 허덕이 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죄인이나 장애 같은 부끄러움보다 더 부끄러운 일들도 많습니다. 저도 그 때 제 가슴 속에 하나의 악성 종양과도 같은 말할 수 없는 큰 고통을 홀로 품고 견디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제 자신이 쓰레 기 속에라도 들어있는 것 같은 비참한 기분이었지요. 그래도 저는 남처럼 평범하게 학교에도 다니고 흔적없이 살고 있었지만, 그러나 저는 언제 어디서나 제 자신은 그곳에 없다고 제 스스로 자신을 남에게 숨기며 살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제 어머니가 그 때 재혼을 했는데, 바로 이부되시는 분이 저를 잘 아는 분이었습니다. 듣고 보면 그럴 수도 있는 노릇이라고 하겠지만, 어린 저에게는 너무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를 바라보던 친구 들의 눈길 속에서 저는 제가 마치 스스로 죄인이라도 된 듯한 수치심 속에 서 그 오욕감을 이겨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아는 초등학교 친구들이 박혀있는 중학교에 다니는 것이 그토록 고통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찍부터 낚싯대를 들고 바다로 나다녔고 그런 나를 반겨준 곳이 바로 바다였지요. 그래서 바다는 제게 또 다른 어머니처럼 늘 포근하게 저를 다독거려 주고 나에게 힘을 주던 마음의 안식처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일부러 찾아간 곳이 깊은 섬 외딴 분교장이 었고, 그곳에서 섬마을 선생이 되어 살았지요. 꿈 속같은 세월이었습니다. 지도에도 없는 섬마을... 고흥 반도, 평일도, 생영도…. 지금도 그 바다 파도 소리가 귀에 들리고, 그 때 제 외로웠던 모습이 백 사장에 찍힌 발자국처럼 지금도 제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바다가 가르쳐준 대로 새로운 꿈과 삶을 찾아 제 고통과 슬픔을 그 섬 백사장에 묻고, 서울로 올라왔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습이 모두 변해버렸지만, 방학 때는 서울에서 열세 시간씩을 야간 완행열차를 타고 동해안의 정동진 어촌 마을을 찾아가곤 했지요.…. 사랍문을 밀치면 바로 펼쳐지던 푸른 바다, 그리고 흰 백사장, 그리고 허옇게 밀려오는 파도와 그 파도소리…. 지금도 그 파도소리는 변함이 없고, 푸른 바다빛은 지금도 제 가슴 속에 피멍울처럼 엉겨 있습니다. 이제는 제가 바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처럼 아직도 초라하고, 전쟁터에서 돌아온 패잔병처럼 세상 을 잘못 살아왔으니 어찌 합니까. 한 번 쯤은 독수리처럼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를 수도 있었지만, 제가 워낙 재주가 없고, 덕이 없어서 번번이 주저앉게 돠고 결국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제가 지금이라도 바다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제가 바다를 잊지 않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 저 바다를 옛날처럼 사랑하며 사는 길이라 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길만이 제가 바다에 보답하는 길이고, 그것은 자연과 신에 게도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딘가 버려진 섬마을 같은 곳, 분교장 같은 곳을 찾아가 그곳에서 살면서 옛날처럼 바닷가를 거닐고, 노을 속에 어린이들과 함께 앉아서 동화 속 이 야기 같은 같은 먼 나라 이야기를 들려주고, 함께 모래밭을 뒤지며 아기 손톱 같은 빛고운 새끼조개 껍질들과 조난자의 두개골 조각 같은 큰 조개 껍질들을 모아서 바다에 대한 전시장 같은 조그만 '바다의 집'을 꾸미는 일입니다. 매일같이 바다가 보이는 방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바다를 거닐면 서 젊은 날의 기다림의 노래를 다시 부르고,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외롭게 살것입니다. 그런 기다림이나 그리움이 얼마나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 저는 너무 나도 잘 알지요. 잠 못 이루는 깊은 밤, 들리는 파도소리... 불빛이 없어도 밝게 보이는 흰 해변과, 거품 이는 흰 파도, 그리고 외로움과 그리움과 기 다림... 아무도 찾아갈 사람도 찾아올 사람도 없는 그 적막한 곳에서 저는 홀로 기 다리고 홀로 그리워 하다 죽을 것입니다. 꿈 같은 이야기이지만, 꿈을 꾸며 사는 사람에들게는 꿈의 반려자가 있기 마련 이고, 많지는 않지만 제 주변에도 이러한 저의 꿈의 반려자가 더러 있어서 저는 결코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에서도 저는 처음에 바다를 많이 찾아 다녔지요. 주말이면 산페드로나 말리브 해안이나 대나 포인트 같은 곳을 찾아 다녔고, 여름철이면 남쪽으로 내려가 사우스 칼스베드 해변 캠핑장이나, 바하 비치 (티화나남쪽)를 찾아가 하룻밤씩 묵고 오곤 했고, 북쪽으로는 아빌라 배이 나 몬추레이 해변을 곧잘 찾아 갔었지요. 그러나 그리운 내 바다는 역시 고국에 있는 제 옛 바다들입니다. 그리운 내 바다, 그 바다는 지금도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오늘도 손꼽아 기다립니다. 제가 그 옛 바다로 돌아가게 될 날을…… … 좋은 영상과 시를 실어 주신 임시인님, 정말 감사합니다.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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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낭송:단이) >>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고독) >>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낮잠)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무명도) >>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바다를 담을 그릇) >>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있는 고립(누가 주인인가) >>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 >>마을에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나타난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주었다.(섬묘지) >>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삼백육십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