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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 깊은 눈
2008.03.11 23:09
마을회관 한구석 고물상 기다리며
한마리 늙고 지친 짐승처럼 쭈그려앉은,
흙에서 멀어진 적막과 폐허를 본다
한때 쟁기가 되어 수만평의 논 갈아엎을 때마다
무논 젖은 흙들은 찰랑찰랑 얼마나
진저리치며 환희에 바르르 떨어댔던가
흙에 발 담가야 더욱 빛나던 몸 아니었던가
논일 끝나면 밭일,밭일 끝나면
읍내 장터에,잔칫집에,떡방앗간에,예식장에,초상집에
공판장에,면사무소에,군청에,시위현장에
부르는 곳이면 가서 제 할 도리 다해온 그였다
눈 많이 내렸던 겨울밤 만취한 주인 싣고 오다가
멀쩡한 다리 치받고 개울에 빠져 저세상으로 먼저 보내고
저 또한 팔다리 빠지고 어깨와 허리 크게 상하기도 했던
돌아보면 파란만장한 노동의,그 오랜 시간을
에누리없이 오체투지로 살아온 그가 오늘
바람이 저를 다녀갈 때마다
무력하게 검붉은 살비듬이나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몸의 기관들 거듭 갈아끼우며
오늘까지 연명해온 목숨 아닌가
올봄 마지막으로 그가 갈아 만든 논에
실하게 뿌리내린 벼이삭들 달디단 가을 볕
족족 빨아 마시며 불어오는 바람 출렁,그네 타는데
때늦게 찾아온 불안한 안식에 좌불안석인 그를
하늘의 깊은 눈이 내려다보고 있다
이재무의 시집 <저녁 6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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