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자료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북해
2014.08.29 23:24
북해 / 배수연
북해에서 왼손으로 시를 썼다
손톱이 빠지고 뭉뚝한 살 끝이 빨개지도록 썼다
왼손으로 시를 쓰며 나는 용서를 빌었다
용서를 청하고 또 받은 용서를 누군가에게 주었다
북쪽의 개는 추워서 울었고
5월의 총성에
할머니의 속눈썹이 빠져 후드득 떨어졌다
몰랐다 미안하다 말하는 것도 죄스러워
시만 썼다
어눌하고 짓이겨진 생들이 저를 닮은 글자에서 울다 갔다
나는 시 위에 다섯줄을 긋고 음표를 그렸다
쉼표를 그리는 것도 미안하여 까만 대가리만 그렸다
새들은 머리부터 떨어지지만 다른 이들은 알 수 없었다
그 떨어진 모든 것들을 위해 왼손으로 시를 썼다
어느 바다에는 늘 언 비가 내리고
떨어진 물은 빠지직 소리를 내며 타들어갔다
밥을 지어먹고 열차에 올랐다
북해는 비가오지 않아도 넘치는 바다였다
떨어진 것들이 바닥을 채웠고
녹지 않는 용서가
북해 어딘가로 떠다녔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91 | 전경린---손에 강같은 평화 | 윤석훈 | 2005.08.08 | 96 |
290 | 신현림---자화상 | 윤석훈 | 2005.11.22 | 98 |
289 | 조말선---야간운전 | 윤석훈 | 2005.06.29 | 99 |
» | 북해 | 윤석훈 | 2014.08.29 | 100 |
287 | 박찬---적막 | 윤석훈 | 2005.11.05 | 102 |
286 | 갈대 ---신경림 | 윤석훈 | 2013.12.19 | 102 |
285 | 낙타, 별에 빠지다 | 윤석훈 | 2015.03.29 | 102 |
284 | 김언---책을 덮고서 | 윤석훈 | 2005.11.22 | 103 |
283 | 문인수---저수지 | 윤석훈 | 2005.09.01 | 103 |
282 | 길상호---그 노인이 지은 집 | 윤석훈 | 2005.09.21 | 103 |
281 | 박형준---춤 | 윤석훈 | 2005.07.13 | 104 |
280 | 장정일---강정 간다 | 윤석훈 | 2005.08.25 | 105 |
279 | 이병률---사랑의 역사 | 윤석훈 | 2005.08.31 | 106 |
278 | 기형도---바람은 그대 쪽으로 | 윤석훈 | 2005.09.21 | 107 |
277 | 최서림---까시래기 | 윤석훈 | 2005.10.23 | 107 |
276 | 고재종---날랜 사랑 | 윤석훈 | 2005.11.22 | 108 |
275 | 복효근---순천만 갈대숲 | 윤석훈 | 2005.11.22 | 111 |
274 | 시평 | 윤석훈 | 2015.03.30 | 111 |
273 | 박정대---사곶해안 | 윤석훈 | 2005.08.16 | 112 |
272 | 신경림---떠도는 자의 노래 | 윤석훈 | 2005.06.29 | 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