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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

2014.08.29 23:24

윤석훈 조회 수:99 추천:3


 

북해 / 배수연

 

 

북해에서 왼손으로 시를 썼다

손톱이 빠지고 뭉뚝한 살 끝이 빨개지도록 썼다

왼손으로 시를 쓰며 나는 용서를 빌었다

용서를 청하고 또 받은 용서를 누군가에게 주었다

 

북쪽의 개는 추워서 울었고

5월의 총성에

할머니의 속눈썹이 빠져 후드득 떨어졌다

 

몰랐다 미안하다 말하는 것도 죄스러워

시만 썼다

어눌하고 짓이겨진 생들이 저를 닮은 글자에서 울다 갔다

나는 시 위에 다섯줄을 긋고 음표를 그렸다

쉼표를 그리는 것도 미안하여 까만 대가리만 그렸다

 

새들은 머리부터 떨어지지만 다른 이들은 알 수 없었다

그 떨어진 모든 것들을 위해 왼손으로 시를 썼다

 

어느 바다에는 늘 언 비가 내리고

떨어진 물은 빠지직 소리를 내며 타들어갔다

 

밥을 지어먹고 열차에 올랐다

북해는 비가오지 않아도 넘치는 바다였다

 

떨어진 것들이 바닥을 채웠고

녹지 않는 용서가

북해 어딘가로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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