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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

2005.12.29 10:14

윤석훈 조회 수:153 추천:8

시간은 살아있다
호흡하고 자라고 병들고
늙고는 죽는다
시간이 생명인 것은
사랑이 생명인 것과 같다
모든 생명은 끝이 있다
단락 매겨진 윤곽을 지나면
새로운 지평이 열리겠지만
그것은 어차피 믿음의 문제이지
지정의로 판단될 모양은 이미 아니다
그래서 믿고 싶은 거다
죽음이 없는 생명을. 그리고 사랑을.
수평선 너머에서
세상의 끝을 바라보는 태양의 이마가
언덕을 오르는 리어카 같다
긴 여행의 말미에 걸터앉은
주름진 이마가 섧다
눈 쌓이는 머리에 지혜가 아닌
어리석음과 실수만이 퇴적되던
2005년이여
안녕!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매달리고 싶은 순간도 있었고
흔적조차 초라한 시각도 있었다
사십오년 십개월 하고도 이틀이 지난
묵은 연을 날려보낸다
천방지축 달구어졌던 미성숙의
정신이여 떠나거라
하늘 어느 가장자리에 맴돌다 가거라
어느 습한 늪에 닿거든 조용히 해체되거라
정반합 발전만이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이다
단조로운 끝이 보이는 삶은 얼마나 부자유한가
얼마나 무기력한가 마라톤의 대열에 나를 끼운다
부단한 움직임만이 썩지 않는 통로가 될 것이다
바야흐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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