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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서는,

2006.03.31 22:45

문인귀 조회 수:235 추천:11

3월21일자 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에 올렸습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20년 전
오른손 쳐든 채
미국 시민권 선서하던 날
왼손에 들었던 성조기
높다랗게 펄럭이고
반쪽 낮달이
뚝 하고 떨어져 내렸다


하늘엔
줄 끊긴 연처럼
태극기 펄럭이며 반쪽 달 자리 매우고
거기 향해
왼가슴에 손 얹고
마지막 동해물과 백두산을 불렀다


나 살기 힘들다고
조국 버린 채 성조기 앞에서
미국시민 됨을 선서하던
조금은 슬펐던
비린내 나는 조국애가 언제쯤 사라질까?
최석봉(1937- )‘선서’전문




미국시민권 선서식에 가서 성조기를 향해 선서를 하는데 가랑가랑 떠 있던 희미한 낮달이 뚝 떨어지며 가슴을 친다. 자신도 모르게 미국 국가 대신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가만가만 애국가를 부르면서 비록 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고, 좀 더 그들답게 살아보자는 방편으로 미국시민이 되던 날 이렇게 그리워지는 조국, 그 조국이 낮달 떨어지듯 멀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문인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