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7 08:43

들꽃 선생님

조회 수 21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들꽃 선생님 / 성백군

 

 

흰나비 두 마리가

데이트를 나왔나 봅니다. 연거푸

붙었다 떨어졌다

인적 드문 산속이라고는 하지만

대낮인데

해도 너무한다고 들꽃들이 모여 앉아

코딱지만 한 빨간 꽃잎을 들썩이며

입방아를 찧습니다. 색과 향이 가관입니다

내 보기에는 질투인 듯합니다

 

그때 사 눈치챈 나비 한 마리

들꽃에 다가와

‘네 이름이 뭐니?’하고 묻는데

당황한 들꽃 나를 쳐다봅니다

당황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 체면에

모른다는 말도 못 하고 쩔쩔매는데

머뭇거리던 나비, 들꽃과 나를 번갈아 노려보다가

‘이름도 없는 하찮은 주제에’ 하며 날아가 버렸으니

보나 마나 내 뒤통수엔

들꽃들의 원망이 주렁주렁 달렸겠지요

 

미안합니다

내 주위에 있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미안합니다

평생을 같이 살면서 내 속으로 낳았으면서도

아직 검색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으니……

오늘 휴일

자주 가는 야산 기슭에서

낯익은 들꽃에 당한 날 선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46 두 손을 마주하여 그리움을 만든다 백야/최광호 2005.09.15 296
2145 그렇게 그때 교태를 서 량 2005.09.19 260
2144 아이들과갈비 강민경 2005.09.19 319
2143 노숙자 성백군 2005.09.19 175
2142 코스모스 길가에서 천일칠 2005.09.26 172
2141 식당차 강민경 2005.09.29 302
2140 가을단상(斷想) 성백군 2005.10.05 240
2139 코스모스 날리기 천일칠 2005.10.10 312
2138 아버지 유성룡 2006.03.12 454
2137 달팽이 여섯마리 김사빈 2005.10.12 268
2136 한 사람을 위한 고백 천일칠 2005.10.13 256
2135 무서운 빗방울들이 서 량 2005.10.16 170
2134 일상이 무료 하면 김사빈 2005.10.18 354
2133 펩씨와 도토리 김사빈 2005.10.18 278
2132 쌍무지개 강민경 2005.10.18 202
2131 추일서정(秋日抒情) 성백군 2005.10.23 415
2130 가을묵상 성백군 2005.11.06 181
2129 뉴욕의 하늘에 / 임영준 뉴요커 2005.11.11 235
2128 지역 문예지에 실린 좋은 시를 찾아서 이승하 2005.11.11 655
2127 도마뱀 강민경 2005.11.12 24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