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7 08:43

들꽃 선생님

조회 수 2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들꽃 선생님 / 성백군

 

 

흰나비 두 마리가

데이트를 나왔나 봅니다. 연거푸

붙었다 떨어졌다

인적 드문 산속이라고는 하지만

대낮인데

해도 너무한다고 들꽃들이 모여 앉아

코딱지만 한 빨간 꽃잎을 들썩이며

입방아를 찧습니다. 색과 향이 가관입니다

내 보기에는 질투인 듯합니다

 

그때 사 눈치챈 나비 한 마리

들꽃에 다가와

‘네 이름이 뭐니?’하고 묻는데

당황한 들꽃 나를 쳐다봅니다

당황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 체면에

모른다는 말도 못 하고 쩔쩔매는데

머뭇거리던 나비, 들꽃과 나를 번갈아 노려보다가

‘이름도 없는 하찮은 주제에’ 하며 날아가 버렸으니

보나 마나 내 뒤통수엔

들꽃들의 원망이 주렁주렁 달렸겠지요

 

미안합니다

내 주위에 있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미안합니다

평생을 같이 살면서 내 속으로 낳았으면서도

아직 검색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으니……

오늘 휴일

자주 가는 야산 기슭에서

낯익은 들꽃에 당한 날 선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87 6월의 창 강민경 2014.06.08 247
886 기타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 글 고치기와 띄어쓰기 김우영 2014.06.01 858
885 바다를 보는데 강민경 2014.05.25 204
884 손안의 세상 성백군 2014.05.23 270
883 기타 세계에서 한국어가 제일 좋아요 김우영 2014.05.19 555
882 죽은 나무와 새와 나 강민경 2014.05.19 448
881 어머니의 향기 강민경 2014.05.13 229
880 백화 savinakim 2014.05.13 293
879 세월호 사건 개요 성백군 2014.05.12 446
878 수필 김우영의 한국어 이야기- 7 김우영 2014.05.11 408
877 창살 없는 감옥이다 강민경 2014.05.05 259
876 수필 나의 뫼(山) 사랑 김우영 2014.04.27 657
875 반쪽 사과 강민경 2014.04.27 332
874 부활 성백군 2014.04.23 256
873 그리움의 각도/강민경 강민경 2014.04.22 283
872 기타 한국어 사랑하기 김우영 2014.04.21 384
871 난산 강민경 2014.04.17 303
870 요단 강을 건너는 개미 성백군 2014.04.12 288
869 무심히 지나치면 그냥 오는 봄인데 강민경 2014.04.11 236
868 잘 박힌 못 성백군 2014.04.03 319
Board Pagination Prev 1 ...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