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0 19:26

멸치를 볶다가

조회 수 32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멸치를 볶다가 / 성백군

 

 

먹이 찾아

바다를 휘젓고 다니면서

파도 속에 묻혀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절벽에 부딪혀 등뼈가 부러지기도 하면서

그 작은 것이

험한 세상을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까

 

세상살이라는 게 살면 살수록

인정사정없이 모질고 험난하여 저서

작고 힘이 없다고 봐 주지는 않는 법

어부의 촘촘한 어망에 걸려

생을 마감하기까지 얼마나 헐떡거렸으면

내장엔 피 한 방울 남아 있지 않은 걸까

 

프라이팬에서

다글다글 볶기며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

말 한마디 못하고 입을 앙다문 채

입 대신 몸으로 냄새만 풍긴다

 

젓가락으로 휘젓는 나

살아있는 내가 죽은 나를 뒤치기는 것처럼

멸치를 뒤치기다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생명이 있는 동안은 힘껏 살았으니

이왕이면 좋은 맛 우려내려고 이리저리 살피며

노르스름하게 익을 마지막 때까지

정성을 다해 멸치를 볶는다.

내가 볶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48 희망을 품어야 싹을 틔운다 강민경 2016.10.11 247
» 멸치를 볶다가 하늘호수 2016.10.10 328
1146 달, 그리고 부부 하늘호수 2016.10.02 244
1145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강민경 2016.10.01 241
1144 近作 詩抄 2題 son,yongsang 2016.09.30 256
1143 꽃 속에 왕벌 하늘호수 2016.09.28 204
1142 생각은 힘이 있다 강민경 2016.09.25 142
1141 철새 떼처럼 강민경 2016.09.19 154
1140 2 하늘호수 2016.09.17 308
1139 화려한 빈터 강민경 2016.09.07 261
1138 들꽃 선생님 하늘호수 2016.09.07 222
1137 기타 혼혈아 급우였던 신복ㄷ 강창오 2016.08.27 449
1136 새들도 방황을 강민경 2016.08.24 265
1135 구름의 득도 하늘호수 2016.08.24 177
1134 시 어 詩 語 -- 채영선 채영선 2016.08.19 121
1133 목백일홍-김종길 미주문협관리자 2016.07.31 342
1132 수필 명상의 시간-최용완 미주문협관리자 2016.07.31 367
1131 (동영상 시) 내 잔이 넘치나이다 My Cup Runneth Over! 동영상시 2 차신재 2016.07.28 382
1130 개여 짖으라 강민경 2016.07.27 207
1129 초록의 기억으로 강민경 2016.07.23 199
Board Pagination Prev 1 ...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