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0 19:26

멸치를 볶다가

조회 수 32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멸치를 볶다가 / 성백군

 

 

먹이 찾아

바다를 휘젓고 다니면서

파도 속에 묻혀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절벽에 부딪혀 등뼈가 부러지기도 하면서

그 작은 것이

험한 세상을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까

 

세상살이라는 게 살면 살수록

인정사정없이 모질고 험난하여 저서

작고 힘이 없다고 봐 주지는 않는 법

어부의 촘촘한 어망에 걸려

생을 마감하기까지 얼마나 헐떡거렸으면

내장엔 피 한 방울 남아 있지 않은 걸까

 

프라이팬에서

다글다글 볶기며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

말 한마디 못하고 입을 앙다문 채

입 대신 몸으로 냄새만 풍긴다

 

젓가락으로 휘젓는 나

살아있는 내가 죽은 나를 뒤치기는 것처럼

멸치를 뒤치기다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생명이 있는 동안은 힘껏 살았으니

이왕이면 좋은 맛 우려내려고 이리저리 살피며

노르스름하게 익을 마지막 때까지

정성을 다해 멸치를 볶는다.

내가 볶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66 (동영상시) 어느 따뜻한 날 One Warm Day 차신재 2016.12.01 74558
2265 화가 뭉크와 함께 이승하 2006.02.18 2308
2264 (낭송시) 사막에서 사는 길 A Way To Survive In The Desert 차신재 2016.02.25 1925
2263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니 이승하 2010.08.26 1550
2262 봄의 왈츠 김우영 2010.03.03 1418
2261 희곡 다윗왕가의 비극 -나은혜 관리자 2004.07.24 1404
2260 희곡 다윗왕과 사울왕 -나은혜 관리자 2004.07.24 1402
2259 가시버시 사랑 김우영 2010.05.18 1391
2258 리태근 수필집 작품해설 김우영 2010.07.11 1338
2257 김천화장장 화부 아저씨 이승하 2009.09.17 1308
2256 아버님께 올리는 편지 -이승하 관리자 2004.07.24 1244
2255 김우영 작가의 산림교육원 연수기 김우영 2012.06.25 1208
2254 플라톤 향연 김우영 2010.02.24 1208
2253 중국 김영희 수필 작품해설 김우영 2011.06.18 1181
2252 우리 시대의 시적 현황과 지향성 이승하 2005.02.07 1144
2251 코메리칸의 뒤안길 / 꽁트 3제 son,yongsang 2010.08.29 1138
2250 미당 문학관을 다녀 오면서 file 김사빈 2010.06.23 1077
2249 노벨문학상 유감 황숙진 2009.10.11 1073
2248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가 남긴 편지 이승하 2011.04.30 1066
2247 체험적 시론ㅡ공포와 전율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이승하 2009.10.14 104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