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ve Through

2017.01.18 23:49

정국희 조회 수:20

                            

Drive Through

정국희 

 

 

 

 

버벅버벅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있는 대로 혀를 굴려도

소통되지 않던 언어

손바닥만한 기계에 대고 혼자 말을 해도

억장이 무너졌다

 

단번에 기세가 꺾여

자존심을 몇 번 강타당한 후

드라이브 뜨루는

절대 사양이었던 이민 초기

 

그때

우리들에겐 계절이 없었다

입과 귀가 더딘 걸음으로

持難지난을 빠져나오느라

그렇잖아도 구비진 길이 그믐처럼 컴컴했다

 

이젠 진땀 빼지 않아도

말하는 폼이 버터에 익숙해진 걸

용케도 알아차린 오더 머신

더 이상 스피커에 대고

선웃음 칠 필요 없다


기막힌 시절 다 겪어내고

세상의 주인이 된 내 아가들아

여린 발로 지나간 그 억새밭을

너히가 다 컸다고 어찌 잊겠느냐

 

바람막이 없던 허허벌판 사라지고

곤두세웠던 날이 접힌 지금도

Drive Through를 지날 때면

까란 것이 목울대를 훓어내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3 데쓰 벨리 정국희 2010.01.14 712
162 놋그릇 정국희 2009.08.15 705
161 디아스포라의 밤 정국희 2011.01.02 696
160 매실 정국희 2010.01.25 695
159 요지경 세상 정국희 2010.01.25 694
158 무숙자 정국희 2010.02.04 689
157 나의 아바타 정국희 2011.04.20 687
156 나이아가라 정국희 2011.02.13 683
155 꿈자리 정국희 2010.11.11 680
154 오냐 정국희 2010.12.18 677
153 빈 칸 정국희 2009.12.23 671
152 그것은 욕망인가 정국희 2009.08.20 670
151 이면우시집<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감상문 정국희 2015.07.03 670
150 미역 정국희 2008.08.28 657
149 상현달 정국희 2013.02.11 653
148 패싸움 정국희 2010.10.31 653
147 그늘 정국희 2012.10.04 650
146 계절 정국희 2012.05.30 649
145 시간 정국희 2009.01.22 649
144 대책 없는 수컷 정국희 2012.08.20 645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7
어제:
11
전체:
88,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