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시 -여행가방 / 김영교

2017.03.01 16:59

kimyoungkyo 조회 수:116

가출한다

뚱뚱한 몸집이 무게의 부축을 받는다 


벌린 아가리가

필요만 골라  

저 빈 구석까지 쑤셔 넣고는 삼켜버린다 


양 옆구리 눌려 잠궈지면 

치켜 뜬 몸통 손잡이는 

체념한 듯 바퀴 밑에 눕는다 


온 힘을 다해 일어서보면

구르다 멈추고 또 굴러가는 별난 세상을 만난다 


꾸역꾸역 집어 삼킨 뱃속이 편할 리 없어 

비좁은 골목 다른 풍경 지날 때 마다 

토해 낸 하이얀 현기증 

집 한 칸의 꿈이 공중에 떴다 

쿵 착륙, 온 몸이 멍 투성이에 소화불량이다 


감당할 수없는 소음과 인간의 횡포를 털고 

자유 그리고 그 너머 

약속 시간에 뻗어 버릴듯 비틀거리며 

드디어 귀가 


안착의 변기에 제왕처럼 앉아 

입안 먼지 뱉으며 다 배설, 그 시원함이여 


남은 것은 

또 다른 가출의 텅 빈 음모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는 누구의 여행 가방인가 


마지막 순간 

고요, 그 태초에 비움의 고요 속으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삶이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 창작 수필 - 콜 택시와 이름 / 김영교 [5] 김영교 2017.10.27 140
89 수필 창작 신기한 꽃 김영교 2020.03.07 138
88 퇴고수필 - 과외공부 / 김영교 [2] 김영교 2017.02.05 137
87 시창작- 산,볼디 산 (Mt. Baldy*) / 김영교 3/27/2017 [3] 김영교 2017.03.26 135
86 시 창작 - 꽃밭, 할리우드 볼 / 김영교 김영교 2018.09.06 134
85 시 창작 - 어쩜 그래서 / 김영교 [4] 김영교 2019.02.19 134
84 퇴고수필 - 서정의 물레방아 / 김영교 [1] 김영교 2017.01.09 130
83 신작시 - 내 마음의 소원 / 김영교 [6] 김영교 2017.04.08 129
82 신작 시 -이런 친구 있는가 / 김영교 [2] kimyoungkyo 2017.03.01 129
81 시 창작 - 내 안에서 내 밖에서 새해에는 / 김영교 [2] 김영교 2017.12.28 128
80 신작수필 - 댕큐, 닥터 칼라 (Dr. Color) 김영교 2017.01.06 127
79 시 창작 아침 김영교 [4] 김영교 2020.02.27 124
78 가을 표정 5 - 과일 진열대 / 김영교 김영교 2017.11.23 123
77 신작수필 - 시(詩)는 무슨 힘으로 쓰나 / 김영교 [3] kimyoungkyo 2017.03.02 123
76 수필창작 불씨를 지피는 세모의 꿈 - 이 아침에 [2] 김영교 2019.12.24 121
75 시 창작 그 겨울을 건너 / 3-15-2020 [4] 김영교 2020.03.15 120
74 퇴고 시 - 오늘도 나는 기차를 그린다 / 김영교 [4] kimyoungkyo 2017.02.20 118
» 퇴고시 -여행가방 / 김영교 [4] kimyoungkyo 2017.03.01 116
72 시 창작 손잡이 - 김영교 [3] 김영교 2020.03.11 111
71 수필 창작 - 의식의 흐름을 따라 / 김영교 4-17-2020 김영교 2020.04.17 110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5
어제:
28
전체:
648,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