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엥그스
2012.03.20 08:05
블랙엥그스
사우스다코다에 가면
금빛 초원위를 노니는
세월좋은 검은소를 쉽게 만날수 있다
어둑어둑한 저녁나절
눈발이 휘날이는 들판에서
해가 지든말든 눈이 오든말든 제 알 바 아니라는 듯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데
영악한 사람들은 하늘을 가리는 어디론가 다 피하고
우둔한 저들은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운 하얀 눈세상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
축복의 크기를 확인하기에는
어둠 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듯
눈이 발하는 수억의 빛을 온 몸으로 읽으며
세상 여념없이 풀을 뜯고있는데
얼만큼 어두워 져야 집으로 돌아가는지
느린 저 걸음으로 밤새 다다를 집이 있기나 한지
혹은 저 들판이 바로 저들의 집은 아닌지
온갖 상상을 하다가
차든 집이든 건물이든
더 크고 더 멋진 곳에 몸 싣은 것을 지고의 낙으로 삼다가
자기몸 크기만한 관 속이나
혹은 한줌의 뼛가루를 담을 조그만 단지 속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결국과
그 인간들을 위해 한 몸 온전히 다 내주고 가는
저들의 결국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영혼 꼭 붙들고
가던 길 쪽으로 사라져 가는 일 외에
길이 없어
길을 간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9299 | 빛의 길...한국일보 4월 | 김인자 | 2012.04.14 | 60 |
| 9298 | 진실만 말해요 | 노기제 | 2012.05.01 | 45 |
| 9297 | 지렁이의자유 | 이상태 | 2012.03.26 | 63 |
| 9296 | 봄비 | 김수영 | 2012.03.26 | 61 |
| 9295 | 갯버들 | 이상태 | 2012.03.26 | 66 |
| 9294 | 정자나무의 속내 | 성백군 | 2012.03.25 | 46 |
| 9293 | 애나그램 | 김학천 | 2012.03.23 | 45 |
| 9292 | 줄임말 공해 | 김학천 | 2012.03.23 | 55 |
| 9291 | 추태 | 강민경 | 2012.03.21 | 60 |
| 9290 | 연우(煙雨) | 정용진 | 2012.03.21 | 57 |
| 9289 | 뿌리 | 오연희 | 2012.03.21 | 59 |
| 9288 | 마주보기 (결혼 축시) | 그레이스 | 2012.03.20 | 54 |
| 9287 | 길 | 오연희 | 2012.03.20 | 33 |
| » | 블랙 엥그스 | 오연희 | 2012.03.20 | 41 |
| 9285 | 샤핑 여왕의 참회록 | 오연희 | 2012.03.20 | 40 |
| 9284 | 시(詩)가 흐르는 서울 | 오연희 | 2012.03.20 | 66 |
| 9283 | 장모누나 시언니 | 오연희 | 2012.03.20 | 58 |
| 9282 | 이건 무슨 감정인가 | 노기제 | 2012.03.20 | 58 |
| 9281 | 이중 구조 | 동아줄 | 2012.03.19 | 62 |
| 9280 | 할리우드 살아요 | 이영숙 | 2012.03.19 | 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