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2 04:02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조회 수 11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성백군

 

 

봄이 왔다고

나목에 싹이 돋고 

햇볕이 꽃봉오리에 모여들어

꽃을 피우겠다고 바글거린다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거울에 비친 내 얼굴 모습은

주름투성이에 검버섯 몇 듬성듬성

봄이 와도 몸은 봄 같지가 않아

더욱 봄이 그립다

 

내 평생, 그동안

들이쉰 숨 다 내쉬지도 못 한 것 같은데

젊음은 사라지고 들어앉은 늙음,

인생 참 덧없다

미리 알았더라면 아니, 예전에 느꼈더라면

진지하게 시간을 보냈을까?

사람 사이에서 예의 바르고 자연 앞에 겸손했을까

어느새 건방지고, 교만하고, 잘났다고 하는 것들이

혈기 죽어 마른 풀같이 되었다

 

이러다가 나는 그냥 지워지고 마는 것 같아서

봄맞이 나갔다가

나비처럼 꽃 곁에서 흐느적거리다가

벌에게 쏘였다. 아프지만,

(벌침이 박혀 얼굴이 부풀었지만 벌은 곧 죽을 것이고

내 살은 그 죽음 위에 빨갛게 꽃으로 피어날 것이니)

이게 부활 아닌가?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늙은 몸에도

봄은 봄이라서

벌침 맞은 자리가 따끔거릴 때마다 오히려

마음에는 봄꽃이 핀다

 

   808 - 0405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87 어떤 진단서 이월란 2008.04.16 109
1786 내비게이터 성백군 2013.06.26 109
1785 짝사랑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1.13 109
1784 덫/강민경 강민경 2018.11.23 109
1783 난해시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6.18 109
1782 동심을 찾다 / 김원각 泌縡 2020.10.03 109
1781 침 묵 1 young kim 2021.03.18 109
1780 10월은……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0.04 109
1779 단풍 값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1.16 109
1778 시간 길들이기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6.28 109
1777 ‘더’와 ‘덜’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01 109
1776 방파제 강민경 2007.03.19 110
1775 사랑 4 이월란 2008.03.02 110
1774 침략자 이월란 2008.04.20 110
1773 시조 짓밟히더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30 110
1772 뽀뽀 광고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31 110
1771 시조 그립다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26 110
1770 시조 코로나 19 – 출근 길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9.30 110
1769 시조 잡초雜草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15 110
1768 시조 이제야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14 110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