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2013.07.29 04:24

정국희 조회 수:0


헬멧


가게 문 열자마자
헬멧 쓰고 급히 들어온 여자
행동반경이 마을 어귀가 고작인
우리 동네 감초인 여자
가끔씩 성한 사람보다 더 성한 말을 해서
혀를 내둘리게 하는 실성한 여자가
어느 쓰레기통 뒤졌는지
깨진 헬멧 쓰고 들어 왔다
메주 뜬 냄새를 휘날리며
이쪽저쪽 바쁘게 훓고는
푸념인지 제 소린지
듣던 중 느닷없는 소릴 뱉고 나갔다
번득이는 삶의 욕망 다 빠져나간 눈매에
바람에 무두질된 머리카락
맨땅에 눞혀도 까탈 없이 잠들 것 같은
허우대만 멀쩡한 강정같이 속 빈 몸이
저리 부지런하고 빠름은
평생 그리 살아왔음이라
여자는 왜 나이 들면 정신을 놓는 걸까
어쩌자고 저리 쉽게 끈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걸까
입에 것도 빼내 넣어준 목숨 같은 자식에게
부르면 들리는 거리에서 종종걸음 치던 남편에게
사줘야 할 무엇이 생각난 건지
바람같이 들어와서 깜박 잊고 나가는
햇빛 반짝이는 저 헬멧에 대고
난, 차마
소금을 뿌릴 수가 없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819 [이 아침에] 제 잘못 모르면 생사람 잡는다 오연희 2013.07.31 1
9818 [이 아침에] 슬픔마저 잊게 하는 병 오연희 2013.07.31 1
9817 끝에 걸린 꿈 서용덕 2013.07.31 1
9816 초롱꽃과 도둑 벌과 나 성백군 2013.07.29 2
9815 채마밭 빈집 성백군 2013.07.29 2
9814 우리의 상황들 savinakim 2013.07.29 1
9813 밤 바닷가의 가로등 강민경 2013.07.29 1
» 헬멧 정국희 2013.07.29 0
9811 무명과 유명 김학천 2013.07.26 1
9810 내 엄마-사진과 함께 김현정 2013.07.24 4
9809 자매 이야기 김현정 2013.07.24 3
9808 내 엄마 김현정 2013.07.24 3
9807 내 삶의 여정 김현정 2013.07.23 4
9806 '송곳'과 '골풀무' sonyongsang 2013.07.23 4
9805 '고령화'와 '고독사' sonyongsang 2013.07.23 3
9804 현정이 김현정 2013.07.23 3
9803 청평호의 꿈 채영선 2013.07.22 3
9802 기도 채영선 2013.07.22 3
9801 나는 세상의 중심 성백군 2013.07.21 4
9800 배달 사고 성백군 2013.07.2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