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7 17:37

쥐 잡아라 / 성백군

조회 수 18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쥐 잡아라 / 성백군

 

 

여보, 내 다리

자다가 깨어 다리가 아프다며 종아리를 주무르는 아내

나도 함께 거든다

 

쥐다!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찾아오는 쥐

옛 초등학교 시절

꼬리 끊어 학교에 바쳤던 꼬리 없는 그 쥐가

쥐가 되어 60년 만에 찾아온 건가?

그동안 맺힌 한을 풀겠다고 날을 세운다.

 

쥐새끼님,

사실은 좀 창피한 일이지만

그때 쥐새끼님 꼬리는 다 쥐새끼님 꼬리가 아니고요

반은 오징어 뒷다리와 무 꼬랑지지요

껍질을 벗기고 숯검정에 버무린 가짜 꼬리입니다

당신을 위하여 자비를 베푸느라 선생님까지 속였는데…,

이제 알았으면 좀 나가 주시지요

마지막 경고입니다. 말 안 들으면 다시

다락 양쪽 창에 구멍을 뚫고 어머니 할머니를 불러

창 바깥 구멍에 부대를 대고 선전포고를 할 것입니다.

다락 안 내 막대기의 살기가 어떤지는 쥐새끼님이 더 잘 아시겠지요?

당신은 부대 안에 든 귀한 쥐놈이 될 거고요

 

여보, 마누라

나 왜 이래, 자꾸 발바닥이 비틀려

칠십 대 쥐는 공갈쳐도 안 속고 오히려 대드니

오징어 뒷다리, 무 꼬랑지 같은 것으로

쥐 잡았다고 약수 쓰지 말고

음식 가려먹고 열심히 운동하면서 살살 달래야 한다고

동네공원 산책길 코스가 날마다 저녁때가 되면

쥐 잡아라. 쥐 잡으라 하며 나를 부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89 혀공의 눈 강민경 2017.05.26 184
1088 산동네 비둘기 떼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16 184
1087 외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0.04 184
1086 그대에게 가고 있네! / 김원각 泌縡 2020.04.16 184
1085 시조 고운 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30 184
1084 출출하거든 건너들 오시게 1 file 유진왕 2021.07.19 184
1083 인생 성백군 2012.02.10 183
1082 내일은 꽃으로 피어난다 윤혜석 2013.06.30 183
» 쥐 잡아라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27 183
1080 그리움 하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9.08 183
1079 시조 이제 서야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14 183
1078 시조 빈터 / 천숙녀 독도시인 2022.03.06 183
1077 가을 성숙미 / 성백군 4 하늘호수 2021.12.28 183
1076 죄를 보았다. 그러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08 183
1075 노숙자 성백군 2005.09.19 182
1074 세상 살아 갈 수 있는 여기는 김사빈 2007.06.04 182
1073 비굴이라 말하지 말라 성백군 2014.10.01 182
1072 12월을 위한 시 - 차신재, A Poem for December - Cha SinJae 한영자막 Korean & English captions, a Korean poem 차신재 2022.12.20 182
1071 어떤 생애 하늘호수 2017.01.20 182
1070 도심 짐승들 하늘호수 2017.05.21 182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