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잡아라 / 성백군
“여보, 내 다리”
자다가 깨어 다리가 아프다며 종아리를 주무르는 아내
나도 함께 거든다
쥐다!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찾아오는 쥐
옛 초등학교 시절
꼬리 끊어 학교에 바쳤던 꼬리 없는 그 쥐가
쥐가 되어 60년 만에 찾아온 건가?
그동안 맺힌 한을 풀겠다고 날을 세운다.
쥐새끼님,
사실은 좀 창피한 일이지만
그때 쥐새끼님 꼬리는 다 쥐새끼님 꼬리가 아니고요
반은 오징어 뒷다리와 무 꼬랑지지요
껍질을 벗기고 숯검정에 버무린 가짜 꼬리입니다
당신을 위하여 자비를 베푸느라 선생님까지 속였는데…,
이제 알았으면 좀 나가 주시지요
마지막 경고입니다. 말 안 들으면 다시
다락 양쪽 창에 구멍을 뚫고 어머니 할머니를 불러
창 바깥 구멍에 부대를 대고 선전포고를 할 것입니다.
다락 안 내 막대기의 살기가 어떤지는 쥐새끼님이 더 잘 아시겠지요?
당신은 부대 안에 든 귀한 쥐놈이 될 거고요
“여보, 마누라
나 왜 이래, 자꾸 발바닥이 비틀려”
칠십 대 쥐는 공갈쳐도 안 속고 오히려 대드니
오징어 뒷다리, 무 꼬랑지 같은 것으로
쥐 잡았다고 약수 쓰지 말고
음식 가려먹고 열심히 운동하면서 살살 달래야 한다고
동네공원 산책길 코스가 날마다 저녁때가 되면
쥐 잡아라. 쥐 잡으라 하며 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