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와 괜찮아 / 성백군
건널목 신호등 앞에 섰다
빨간불이지만
한밤중이라 인적 끊이고 차량 없으니
건너도 된다는 괜찮아와
안 된다는 그래도가
한 마음속에서 싸운다
이랬다저랬다
마켓 바닥에서 주운 100불짜리 지폐
주인을 찾아 주자니 그래도가 아깝고
슬쩍 하자니 괜찮아가 마음에 걸린다
둘 중
하나만 있으면 좋겠는데
괜찮아만 있으면 싱겁고
그래도만 있으면 너무 짤 것이 뻔하니
사람 사는 일이란
둘을 잘 버무려 맛을 내는 기술을 익히는 일
괜찮아 다음에 그래도가 있고
그래도 다음에 괜찮아가 있어
세상은 그나마 유지되고
나는 아직 살아있는 게 아닐까?
그래도, 괜찮아. 그래도,
괜 찮 다 니 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