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반한 나무/강민경
마노아 산
관광코스로 지정된 폭포수로 가는 길
중턱에서
하늘과 땅을 잇는 듯
덩치 큰 정자나무
긴 가지 내리뻗어
저쪽 산과 이쪽 산을 이어 구름다리를 놓고
행인의 발목을 잡는
사람에게 반한 나무를 본다
넉넉한 품으로 자연 그대로
남녀노소의 주목을 받는 이 나무
덩치 큰 남자도 가녀린 여자도
저를 반기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리지 않고 무조건 덥석덥석 품어 안고
킁킁 살 냄새 맡으며 사랑에 빠진 모습
찰칵찰칵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한 사람들
저들은 알까?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알면서도
먼저 손 내밀지 못하는…… 오늘따라 길을 막고 있는 나무가
멋지다
나보다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