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표정 4 -호박 오가리

 

서정 농장이 아주 잘 키운 애호박

초록 테두리의 둥근 얼굴, 살 올라 먹음직들 해

 

온통 반짝이는 햇살

그 따가운 온도에

탐스런 속살 하얗게 말릴 때

물기를 밀어내는 그 수줍음, 장하구나

 

나의 겨울을 위해 너를 보관한다

바람이 지나가고

가을 볕 잔득 머물다 간 자리에

주름 가득해도 호박정신 아직 젊다

 

살갗만 스쳐도 가벼운 바람이 되는

칼질에도 거역 할 일 없어

동그라미 속살정신 고스란히 남아

 

온통 구겨져 납작해진 육질의 결

전통 그 뜨거운 열 속으로 투신하는

목숨

 

죽어서 어느 때고 부르면 살아나는

밥상 위로

푸르게 일렁이는 서정인심

넝쿨 채 쏟아져 들어온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 나팔꽃 김영교 2004.06.03 436
89 모래성 김영교 2004.05.27 468
88 비 오는 날 노란색 꽃을 보면 김영교 2004.05.26 864
87 만개 김영교 2004.05.26 448
86 한적한 곳에서 결심 하나 김영교 2004.05.21 403
85 서있는 미소 김영교 2004.05.21 346
84 크릭 하나 김영교 2004.05.20 400
83 작은 만남 큰기쁨 김영교 2004.05.20 672
82 벚꽃을 보며 김영교 2004.05.06 402
81 예수수난과 나 김영교 2004.02.29 386
80 바람일가 김영교 2004.02.02 449
79 보이지 않는 산 김영교 2004.01.25 600
78 바람의 얼굴 김영교 2004.01.21 627
77 유리벽 저편 김영교 2004.01.14 436
76 편지 김영교 2004.01.14 402
75 쉼터 김영교 2004.01.10 507
74 바다를 거기에 두고 김영교 2004.01.09 755
73 단독 회견 김영교 2004.01.09 451
72 개인구좌 김영교 2004.01.09 464
71 감 초 김영교 2004.01.09 499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52
어제:
81
전체:
648,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