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표정 5 - 과일 진열대 / 김영교
2017.11.23 06:05
과일 진열대 / 김영교
과일 진열대에 넘실대는 주홍색 물결
나를 철썩인다
칭칭 감긴 붕대 속 내 가슴에
밀려오는 바닷바람은 과일향 그득 안고있다
다민족 진열대는 모양과 색깔별로 의사소통
때로 절벽인가 소리지르다 떨어진다
꿈 부스러기는 크고 작은 포말이 되어 사람들 손에 아득히 떠밀려 간 후
계절의 갈라진 틈은 늘어나는 긴 목을 감당못하고
수압에 못 이겨 그리움의 눈알 자꾸 튀어나온다
둘러봐도 오라버니 휘파람 소리 들리지 않고
야자수에 걸린 달
내 목을 기어오른다
진열대는
속시원하게 모국어로 떠들어대는 고향집 감나무
산 페드로 비치에에서 주홍 빛 진하게 익어버린 내 얼굴
주렁주렁 향수나무에 매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