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

2014.10.22 06:19

이월란 조회 수:28



귀성


이월란 (2014-10)


팔월의 보름이 바다를 건너오면
기억의 티켓을 끊고 성묘를 간다
물기를 닦아낸 가윗달을 비추면
앨범 사이로 걸어 나오는 주름진 미소
빈방을 지켜온 세월을 넘기길 때마다
명절 대목처럼 찬란했던
그들의 증빙서류가 너무 얇다
입체감이 없는 영혼을 만지며
오늘이 추석이래
나란히 죽은 빗돌 위에 앉으면
추풍령 고개 너머 눈물 닦은 바람이
넙죽이 절을 한다
교복 입고 열어보던 도시락처럼
혀에 익은 밑반찬이 차려지고
교과서 귀퉁이를 발갛게 적시던
김칫국물처럼 시큼해지는 언덕
꽃무늬 원피스로 물든
엄마의 마지막 단풍여행지에
뚝, 바닷물 한 점 떨어진다
늦가을처럼 살다간 땅 위에
비탈진 선산도 봄꽃을 피울까
바다에 빠진 귀성열차에 다시 기적이 울리면
혼혈의 손자가 태어나는 이승의 무성함을
다 안다는 듯
다시 인화되고 있는 저승의 얼굴
제물처럼 펼쳐진 사진 위에
둥근 달빛이 오래 앉아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9 장례식에서 강학희 2004.09.26 106
158 떨쳐버릴 수 없는 친구 조정희 2004.09.25 191
157 추석단상 오연희 2004.09.25 112
156 영혼의 강 박영호 2004.09.24 97
155 화원 산책 (2) 박영호 2004.09.24 98
154 눈 덮인 산정 (1) 박영호 2004.09.24 92
153 가을에 띄운 편지 강학희 2004.09.23 141
152 그대의 사랑으로 나는 지금까지 행복하였소 이승하 2004.09.23 56
151 가슴에 키운 흑진주 백선영 2004.09.21 65
150 불꺼진 창 최영숙 2004.09.21 93
149 30여년 세월의 스승 권태을 선생님께 이승하 2004.09.20 76
148 안착을 알리며 김영교 2004.09.20 105
147 강학희 2004.09.17 64
146 고모님과 동정 강학희 2004.09.17 48
145 요즘 나는 무척 바쁘다 강학희 2004.09.16 42
144 하늘가는 길 전지은 2004.09.16 49
143 그 친구들 문인귀 2004.09.16 30
142 아버지와 낚시여행 홍인숙(Grace) 2004.09.15 41
141 해부 오연희 2004.09.15 32
140 세도나 백선영 2004.09.12 7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