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횡포의 깊은 뿌리
2014.12.17 20:29
온갖 명품으로 잘 차려 입은 한 사모님이 미술화랑에 와서 가이드를 동반하고 이것저것 그림들을 감상하며 호들갑을 떨며 잘난 척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누가 봐도 추상화로 보이는 그림 앞에서 큰소리로 말했다. “피카소의 이 그림이 마음에 드네요.” 가이드가 말했다. “사모님, 그것은 거울입니다.” 기본소양 없이 돈으로만 치장한 천민졸부문화를 풍자한 우스갯소리다.
이러한 눈꼴사나운 모습이 어찌 그녀 한 사람 만의 일이겠는가. 오래 전 한국에서 군의관 시절 때의 일이다. 아침저녁으로 부대버스로 출퇴근을 하는데 버스 안에는 자리가 정해져 있다. 운전석 뒤부터 시작해서 차례로 영관급과 위관급 장교가 순서로 앉고 그 뒤 남는 자리가 하사관들의 차례이고 문관들은 대개 서서 가는데 어쩌다 중간에 자리가 비어도 낮은 계급은 거기에 앉지 못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버스가 낮에는 영내에 사는 부인들을 태우고 부대 밖으로 일보러 나갈 때 부인들도 똑같이 남편의 계급순대로 앉는다. 헌데 웃기는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교에 다녀오는 아이들이 이 버스를 이용할 때이다. 아버지의 계급이 바로 부인들에게로 이어지듯 아이들에게도 세습되어 아버지의 자리순대로 앉는다는 사실이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정류장에선가 방과 후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초등학생들을 태우고 문을 닫고 십여 미터 나아가던 중 한 하사관의 아이가 허둥지둥 늦게 달려오는 것을 본 운전병이 차를 다시 세우고 그 애를 태웠다. 갑자기 맨 앞에 있던 장군의 아들이 운전병의 뺨을 치며 욕을 했다. 자기 허락 없이 함부로 차를 세웠다는 이유였다. 아연 질색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영내에 이 이야기가 쫙 퍼졌다. 얼마 후 문제의 그 아이가 우리 의무대에 엄마랑 왔다. 거만한 그 엄마에 그 아들이라고 얼마나 망나니인지 모두 불쾌하고 화도 났지만 아무도 나설 수가 없었다. 그 때였다. 약제장교 중위 하나가 나서서 아이를 붙잡아 세우고는 뺨을 한 대 올렸다. 아이도 아이지만 우리 모두 그리고 장군부인의 눈이 휘둥글 해졌다. “야, 이놈아 여기가 어딘데 난리냐. 네 아버지한테 가서 일러라. 나, 의무대 모 중위다.” 그 후 우리 모두는 기다렸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그 어떤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 장군만은 멋쟁이였나 보다.
이번에 한국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혀 논란이 되고 있는 땅콩 회항 사건을 보면서 갑질문화의 그 깊은 뿌리가 어제 오늘이 아니고 어느 한 분야가 아닌 곳곳에 깊이 내려져 있음에 새삼 놀라지 않는 것은 이런 이야기가 떠올라서이다.
식인종이 사는 지역에 선교사 한 분이 들어갔다. 문명인이 되게 하기 위해 여러모로 애를 썼다. 식탁예법도 가르쳤다.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는지 이제 제법 옷도 입어 몸을 가릴 줄 알고 예의도 차리는 등 문명인이 되어 가는 것 같이 보여 선교사는 그곳을 떠났다. 허나 몇 해 지나 다시 돌아와 본 그는 아연 질색했다.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저녁 식탁에 둘러앉은 그들의 음식은 아직도 그대로 ‘사람고기’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엇이 진정 바뀌어져야 하는가? 거울에 비쳐지는 추한 모습이나 사회의 꼴불견들이 자신의 모습인지 모르는 한 그들의 선진의식은 아직도 깜깜한 밤일 것이다.
이러한 눈꼴사나운 모습이 어찌 그녀 한 사람 만의 일이겠는가. 오래 전 한국에서 군의관 시절 때의 일이다. 아침저녁으로 부대버스로 출퇴근을 하는데 버스 안에는 자리가 정해져 있다. 운전석 뒤부터 시작해서 차례로 영관급과 위관급 장교가 순서로 앉고 그 뒤 남는 자리가 하사관들의 차례이고 문관들은 대개 서서 가는데 어쩌다 중간에 자리가 비어도 낮은 계급은 거기에 앉지 못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버스가 낮에는 영내에 사는 부인들을 태우고 부대 밖으로 일보러 나갈 때 부인들도 똑같이 남편의 계급순대로 앉는다. 헌데 웃기는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교에 다녀오는 아이들이 이 버스를 이용할 때이다. 아버지의 계급이 바로 부인들에게로 이어지듯 아이들에게도 세습되어 아버지의 자리순대로 앉는다는 사실이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정류장에선가 방과 후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초등학생들을 태우고 문을 닫고 십여 미터 나아가던 중 한 하사관의 아이가 허둥지둥 늦게 달려오는 것을 본 운전병이 차를 다시 세우고 그 애를 태웠다. 갑자기 맨 앞에 있던 장군의 아들이 운전병의 뺨을 치며 욕을 했다. 자기 허락 없이 함부로 차를 세웠다는 이유였다. 아연 질색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영내에 이 이야기가 쫙 퍼졌다. 얼마 후 문제의 그 아이가 우리 의무대에 엄마랑 왔다. 거만한 그 엄마에 그 아들이라고 얼마나 망나니인지 모두 불쾌하고 화도 났지만 아무도 나설 수가 없었다. 그 때였다. 약제장교 중위 하나가 나서서 아이를 붙잡아 세우고는 뺨을 한 대 올렸다. 아이도 아이지만 우리 모두 그리고 장군부인의 눈이 휘둥글 해졌다. “야, 이놈아 여기가 어딘데 난리냐. 네 아버지한테 가서 일러라. 나, 의무대 모 중위다.” 그 후 우리 모두는 기다렸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그 어떤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 장군만은 멋쟁이였나 보다.
이번에 한국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혀 논란이 되고 있는 땅콩 회항 사건을 보면서 갑질문화의 그 깊은 뿌리가 어제 오늘이 아니고 어느 한 분야가 아닌 곳곳에 깊이 내려져 있음에 새삼 놀라지 않는 것은 이런 이야기가 떠올라서이다.
식인종이 사는 지역에 선교사 한 분이 들어갔다. 문명인이 되게 하기 위해 여러모로 애를 썼다. 식탁예법도 가르쳤다.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는지 이제 제법 옷도 입어 몸을 가릴 줄 알고 예의도 차리는 등 문명인이 되어 가는 것 같이 보여 선교사는 그곳을 떠났다. 허나 몇 해 지나 다시 돌아와 본 그는 아연 질색했다.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저녁 식탁에 둘러앉은 그들의 음식은 아직도 그대로 ‘사람고기’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엇이 진정 바뀌어져야 하는가? 거울에 비쳐지는 추한 모습이나 사회의 꼴불견들이 자신의 모습인지 모르는 한 그들의 선진의식은 아직도 깜깜한 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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