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3 17:47

나의 변론

조회 수 29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의 변론/강민경

 

 

         어쩐 일인지

         햇빛 아래 어깨 늘어뜨린

 나뭇잎들 꼼짝도 않는다

 나무그늘 아래 서 있는

 나도, 옷섶 펄럭여 바람을 부추겨 보는데

 바람은 어디서 땡 치는 중인지

 숨소리 헉헉대는 나뭇잎

 자기들도 기다리는 중이라며

 변명을 늘린다

,

 바람이 꼼짝 않고 있어서라고 하는

 나뭇잎과,

 나뭇잎이 불러 주지 않아

 저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어서라고

 팽팽히 맞서는 바람의 변론을

 참다못한

 내가 먼저 옷섶을 풀려 하자

 

 미안했는지 다급했는지

 제 본색 드러내는 바람

 어디서 엿듣고 달려왔을까

 

 순식간에 나뭇잎 감고 돌다가

 나를 다독이는 선심

 열리다 만 내 옷섶 풀었다 닫았다

 상냥한 호들갑이라니

 내 어찌 더 저들과 변론을 펼칠 수 있겠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46 누가 뭐라해도 강민경 2009.07.07 658
2145 밤에 쓰는 詩 박성춘 2009.09.21 658
2144 내가 지금 벌 받는걸까 강민경 2009.04.04 657
2143 ‘위대한 갯츠비(The Great Gatsby)’를 보고나서 김우영 2013.05.23 656
2142 지역 문예지에 실린 좋은 시를 찾아서 이승하 2005.11.11 655
2141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김우영 2011.10.01 655
2140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신 영 2008.05.21 651
2139 수필 나의 뫼(山) 사랑 김우영 2014.04.27 651
2138 위기의 문학, 어떻게 할 것인가 이승하 2005.02.14 650
2137 백제의 미소 임성규 2004.08.02 649
2136 빛이 되고픈 소망에 강민경 2009.08.03 644
2135 자연과 인간의 원형적 모습에 대한 향수 박영호 2008.03.03 643
2134 시인 구상 선생님 2주기를 맞아 이승하 2006.05.14 640
2133 두 세상의 차이 박성춘 2009.07.05 636
2132 기타 학우와의 대화 - 한국교육학과 김우영 작가(50대 萬年學徒) 김우영 2014.03.27 630
2131 언어의 그림 그릭기와 시의 생동성에 대하여 (2) 박영호 2008.11.12 626
2130 조국땅을 그리며 박성춘 2009.08.02 623
2129 김우영 작가 만나 사람들 출판회 성료l 김우영 2011.11.27 622
2128 세계의 명 연설을 찾아서 이승하 2004.08.30 620
2127 버릴 수 없는 것이 눈물 겹다. 강숙려 2005.08.03 61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