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민들레 홀씨/강민경
십일 층 땀 삭히려 바람 쫓아
베란다로 막 나가는데
세상 바람 거느린
어떤 날개가 살며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메리칸 드림에 부풀려
목숨 내 놓고 감시의 눈길 피해
멕시코 국경을 넘나드는 밀입국자처럼
따가운 내 눈초리에
움츠리듯 흔들리는 몸짓
불안으로 마른 입술 들먹이다
체념 한 듯 눕는 너를 보면서
어느 날 방송으로만 들었던 죽음소식
너를 인하여 푸는 듯 더위를 잊는다
어떻게든 잘 살아 보려는
민들레 홀씨, 너의 간절한 여정의 삶에
붙들리어 같이 부유하는 나
땀내 지우며
시간을 잘디절게 부수어
망망한 네 앞길을 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