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1 16:17

억세게 빡신 새

조회 수 21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억세게 빡신 새 / 성백군
                                                                                              

산기슭 개울가 잡초들 틈에 끼어
고개 숙인 억새꽃 본다
봄 여름이 산자락 지날 때는 거기 있는 줄도 몰랐었는데
이제, 가을이라
제 모습 드러내며 삶을 묵상하는 것일까?
실바람에도 꺼덕꺼덕 생각이 깊다

잘살아보겠다고
바람 따라 흐르다가 물을 찾아 헤매다가 지쳐서
무턱대고 주저앉은 삶
그 자리가 살 곳인지 죽을 곳인지도 모르면서
잡초들 속에 섞여 잡초 잡아먹는 잡것이 되어
억세게 살다 보니 억새라고 불어더란다.
조상님들의 유전자가 붙여준 이름, 억세게 빡신 새

하늘만 바라보며 살았지
맨몸으로 이민 와서 삼십 년 넘게, 계단도 없는 삶
잠시도 쉴 새 없이 언덕을 기어오르다 보니,
자식들 결혼하여 분가하고 손주들 몇 안아보고
이제는 홀가분한 삶, 어느새 훌쩍 커서
머리에 은빛 면류관 서넛 쓰고 주위를 굽어보는데
아직은, 키만 컸지 보면 볼수록 허허로운 세상 벌판
아무도 없고 나만 있다.

억새다
산기슭 돌아가는 저녁 해거름,
가을 노을에 붉게 젖어 하얗게 식어가는 저
백발 머리에 손을 대본다.
드디어 홀씨를 하늘로 날려 보내노니
너 혼자가 아니라고
내년 이맘때는 여럿 생길 것이고
내명년 후에는 억새밭이 될 것이라며
나를 위로해 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68 바람의 독후감 성백군 2013.09.21 264
1067 바람의 독후감 강민경 2015.04.22 323
1066 바람의 독도법 강민경 2014.09.27 146
1065 바람의 길 4 이월란 2008.02.23 333
1064 바람을 붙들 줄 알아야 강민경 2013.10.17 336
1063 바람에 녹아들어 강민경 2008.06.09 214
1062 바람아 유성룡 2008.02.28 107
1061 바람서리 이월란 2008.02.20 247
1060 바람산에서/강민경 강민경 2018.08.13 168
1059 바람둥이 가로등 성백군 2013.03.09 164
1058 바람난 첫사랑 강민경 2013.07.07 285
1057 바람난 가뭄 성백군 2013.10.11 217
1056 바람구멍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7.28 202
1055 바람, 나무, 덩굴나팔꽃의 삼각관계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25 117
1054 바람 사냥 성백군 2011.11.07 219
1053 바람 성백군 2007.12.31 127
1052 바닷가 금잔디와 나/강민경 강민경 2020.06.16 99
1051 바닷가 금잔디 강민경 2015.11.28 234
1050 바닷가 검은 바윗돌 강민경 2008.03.04 234
1049 시조 바닥보기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31 75
Board Pagination Prev 1 ...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