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이면 강, 산도 변한다는데/ 강민경
이민 34년
서툰 우리 말을 당연히 여겨
탓 한 일이 없는데
잔뼈가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뜬금없이 엄마 얼굴을 마주하고
참깨와 함께는 어떻게 다르지요 라고
물어 올 때면
확확 닳아 오르는 가슴 속, 요동
부모가 한국인이라는 구심점이
올곧게 박혀 있음의 확인이랄까
맵고 짠, 어쩐지 서러운 바람 헤쳐내다
알게 모르게 못 다 푼 매듭이었을까
설명 안 해도 될 말까지 부풀려
너스레까지 느는 내 순정에
짜증스러워 않는 대견스런 아이들이
축축이 젖은 눈 안으로 들어와
촘촘한 잔주름이 일어선다
미국인 같은 한국인의 어정쩡함을
확 거둬 낸 것 같은 시원스러움에
가슴 훈훈하고, 순간일지라도
이방인이라는 낱말을 거둬낸다
집집이 소식 전하는
우체부의 변함없는 발걸음처럼
마음 구석구석 추스르는 내일이 따뜻하다
시
2014.02.25 19:49
십년이면 강, 산도 변한다는데
조회 수 246 추천 수 0 댓글 0
-
어둠별 외롬에 사모친다
-
해를 물고 가는 새들
-
비빔밥
-
플루메리아 낙화
-
새 냉장고를 들이다가/강민경
-
줄어드는 봄날 새벽
-
여든 여섯 해
-
낙원동에서
-
당신은 나의 꽃/강민경
-
영화 '귀향'을 보고-최미자
-
상현달
-
뉴욕의 하늘에 / 임영준
-
이 아침에
-
무사고 뉴스
-
어느날 아침의 영상
-
(단편) 나비가 되어 (5)
-
십년이면 강, 산도 변한다는데
-
살아 있음에
-
면벽(面壁)
-
안개꽃 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