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 피는 연못-장태숙
2007.09.04 08:24
올챙이 피는 연못
어디서 툭, 떨어졌는지
도대체 알 길 없는 청개구리 한 쌍
뒤뜰 연못에서 며칠 줄기차게 울어대더니
해독할 수 없는 글들, 잔뜩 풀어놓고 갔다
내게 주고 싶은 어떤 말이라도 있다는 걸까
팔랑팔랑 가볍게도 움직이는 날렵한 활자들
경쾌한 음표처럼 수없이 파닥이며
돌 속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한다
연못은 지극히 고요하지만
잔 물살 하나, 일지 않지만
순진무구 환하게 박혀있는 이 여린 것들에게는
신명나게 자신을 내어준다
물고기 없는 연못
문자를 이룬 말들의 싱싱한 활보 가득하고
나는 오래 쪼그리고 앉아 그들을 읽는다
올챙이 피는 연못, 한 권의 책이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27 | 세歲밑의 길목에서 / 이용애 | 미문이 | 2010.02.16 | 631 |
326 | 언어의 섬 / 이월란 | 미문이 | 2010.02.22 | 723 |
325 | 환생 / 임혜신 | 미문이 | 2010.03.01 | 673 |
324 | 이별, 그 울림속으로 / 장정자 | 미문이 | 2010.03.08 | 679 |
323 | 물 위에 뜬 도시 / 장태숙 | 미문이 | 2010.03.15 | 771 |
322 | 밤의 세레나데 / 정국희 | 미문이 | 2010.03.22 | 706 |
321 | Cancun Beach에서 / 정용진 | 미문이 | 2010.03.29 | 749 |
320 | 봄편지 / 정해정 | 미문이 | 2010.04.06 | 744 |
319 | 웨스턴 길 山다방/ 조옥동 | 미문이 | 2010.04.13 | 803 |
318 | 아니, 벌써 2월 / 조정희 | 미문이 | 2010.04.20 | 828 |
317 | 릴레이 수필2/사랑-꽃은 피고 곧 지고 / 지희선 | 미문이 | 2010.04.26 | 897 |
316 | 낮달 / 차신재 | 미문이 | 2010.05.03 | 713 |
315 | 잃어버린 와인(臥人) / 채영식 | 미문이 | 2010.05.10 | 948 |
314 | 피로연 단상 / 최문항 | 미문이 | 2010.05.17 | 944 |
313 | 물레야 돌아라 / 최상준 | 미문이 | 2010.05.24 | 836 |
312 | 환갑잔치 / 최영숙 | 미문이 | 2010.06.01 | 1322 |
311 | 주걱(2) / 최익철 | 미문이 | 2010.06.08 | 840 |
310 | 경동맥 해면정맥동루 / 한길수 | 미문이 | 2010.06.14 | 880 |
309 | 함박눈이 오는 밤 / 홍 영순 | 미문이 | 2010.06.22 | 1187 |
308 | 아내 생일날 / 강성재 | 미문이 | 2010.06.28 | 8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