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말이지만 / 성백군
만나는 사람마다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며
새해 초 나누는 인사말
그 복 못 받아도 섭섭하지 않고
주려고 하는 말 아닌 줄 알면서도
속았다는 느낌이 안 드는 말
기분대로 지껄여도 허물없는 이런 말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이 빈말
올해는 많이 해 보세요.
더부룩한 속 숨통 트이는 트림 같고
엉덩이 들썩거리며 몰래 밀어내는
방귀처럼 시원합니다.
부담 없고 생색내기에도 좋습니다
그렇다고 습관일랑 되게 하지 마세요.
어이없고 부끄럽고 조금은
양심이 따끔거리고 거짓말하는 것 같아서
진실이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허전하거든요
년 초에
뭘 모를 때, 일 년을 살아보기 전에
아직 나눌 복이 없을 때
받으려고 하기 전에, 순수한 마음으로
기분 좋아서 하는 말이 기분을 좋게 하는
참 복이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