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창작 - 겨울 표정 / 김영교 4-5-2019
2019.04.05 08:03
겨울은 삶의 템포가 늦다. 내 인생의 겨울 또한 그러하다.
서두름 없이 고요히 정체된 기분이다. 무릇 숨쉬는 것들이 동면하는가, 벌레들도 땅속으로 씨앗들도 숨죽인채 웅크린 채 지난다.
지난 가을은 엄청 큰 상실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3개월 후 또 다른 상실이 있었다. 거푸 발생, 무너지는 줄 알았다. 겨울에 정면 돌입했다.
친구네가 Big Bear에 산장을 가지고 있다. 짬을 내 올라가기만 하면 가슴속 냉한 한기가 한 풀 꺾인다. 눈도 바람도 맞다드려 한참을 겨울 한복판을 만나게 된다. 손이 얼도록 딩굴다 하산한다. 산하가 온통 하얗다. 뒤덮는 그 단조로움 속에 깊숙이 녹아드는 게 싫지 않다. 차갑게 '찡'전해오는 침묵의 의미가 퍼득 정신나게 한다. 기세 당당한 벽난로 실내에 들어서면 그때서야 얼얼하게 녹아드는 뺨의 화끈함이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준다. 털신을 신고 도시를 떠나 산하에 묻히는 이 기분, 속진을 털고 목욕 하는 기분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싶다. 외롬이랄까, 아픔이랄까 얼싸안고 뒹굴다보면 얼얼한 뺨의 촉감일량 실내에 들어와서야 체감, 바로 내 것이 된다.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온도변화가 싫지 않는 이유이다.
산에서 만나는 바람의 맵고 거친 숨결, 휘몰아 치는 눈보라는 삶과 성취를 향한 강한 손짓이라 가슴이 먼저 알고 대비하라 일러준다.
삶의 혹독한 겨울이 있어 인간의 영혼은 눈을 바로 뜬다.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겨울은 침체를 넘어 도전이다. 내밀한 작업에의 잉태를 향한 거대한 태반이며 생명의 모체가 아닌가. 봄을 해산하는 신음소리가 지척에서 들리는듯 하다. 기다림이 벅차다. 봄이 오고있다.
식음을 멀리한 나에게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누룽지 끓여 굴비 한쪽 곁드려 먹으면 내 몸 먼 마을에도 봄이 금새 싹 틀 것 같은 예감이다.
*5번의 주검을 쓰담았다
4-4-20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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