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019.05.21 22:15

정국희 조회 수:151


기도

 

 

 

부유하는 미역줄기처럼

사방팔방으로 흔들리다 녹초된 저녁

돈벌이 끝내고

대저 목숨이 무엇이관데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한 끼 식사 앞에 정중히는다

 

해바라진 대접

서리 맞은 우려낸

희멀건 동치미 국물에

국숫발이 남실하게 담겨 있다

 

음식이 앞에 놓이면 착해진다 했던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

감고 있는 눈꺼풀 속으로

한소절 연한 마음이 파고들고

아직 용서 못할 무엇일까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며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옵시고

그토록이나 아득하고 깊은 동굴을 빠져나와

여간내기가 아니게 살고 있는 지금

온종일 작은 깃발로 쉴새없이 나부꼈어도

살아있어 감사합니다

아멘

 

아무리 거친 것도 물에 담기면 순해지

기도 앞에서 면처럼 부드러워진

숙연진해 면을

물살 일지 않게 가만가만 젓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3 윤대녕의 소설 <천지간> 정국희 2016.05.04 793
182 달이 시를 쓰는 곳 정국희 2010.09.22 791
181 동창회 정국희 2010.06.23 787
180 여자 마음 정국희 2010.07.23 784
179 횡죄 정국희 2010.02.04 783
178 정국희 2010.02.19 781
177 아줌마라 불리는 여자 정국희 2009.09.06 781
176 바람 정국희 2012.02.03 780
175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정국희 2010.08.07 776
174 백석의 시 /고방/ 감상 정국희 2016.11.23 754
173 마네킹 정국희 2012.02.29 743
172 단전호흡 정국희 2012.02.09 732
171 파도 정국희 2008.11.19 731
170 청실홍실 정국희 2011.04.07 730
169 멸치젖 정국희 2009.08.15 728
168 가재미의 말이다 정국희 2009.08.20 727
167 꼬막 정국희 2010.11.30 724
166 불면으로 뒤척이다 정국희 2008.09.18 723
165 나이 값 정국희 2012.02.21 717
164 포쇄 정국희 2011.09.25 712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5
전체:
88,390